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한국사회에서 7~80년대 만해도 어린아이들이 시장바닥이나 버스 정류장, 지하철, 번화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구걸을 하거나 껌 같은 것을 파는 행위를, 어린아이들이 앵앵 울면서 돈벌이를 구걸한다는 말에서 유래한 단어가 ‘앵벌이’다.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는 ‘구걸부당이득’이라 하여 다른 사람의 구걸을 통하여 이익을 얻은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경범죄처벌법에서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고아 등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앵벌이 아동을 자주 볼 수 있었고, 90년대 중반까지도 인신매매와 유괴가 심각했던지라 앵벌이 아동이 제법 많았으나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또 다른 유형의 앵벌이는 카지노에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하고 허드렛일이나 대리도박, 자리 맡아주기, 구걸 등으로 카지노에 기생하면서 푼돈을 벌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앵벌이도 잘 하면 수입이 괜찮다하지만 애당초 도박중독 때문에 그 지경이 됐으니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다시 도박으로 탕진하고 앵벌이로 돌아가고는 한다.

지난달 2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이용수 할머니께서 오랜 세월 함께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할머니들을 30년 동안이나 이용했다고 폭로하며 울분을 토했다.

2008년에 별세한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자필 일기장에서도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앞세워 윤미향 대표의 재산축적을 위해 돈을 모금한다고 그 이유를 적고 있다. 이어서 정대협은 고양이고, 할머니들은 생선이며 할머니들을 물고 뜯고 할퀴는 쥐새끼 같은 단체라고 비판하며, 할머니들의 피를 빠는 거머리라고 질타했다.

심 할머니는 생존 시에도 정대협을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에서 정의연으로 이름을 바꾼 이 단체는 회계관리 부실부터 윤미향 대표 개인계좌를 통해 받은 후원금이나 모금 등 수많은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말씀처럼 정의연이 저지른 부정행위가 사실이라면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이용한 ‘추악한 현대판 앵벌이’를 한 것이다.

정의기억연대의 정관에 명시된 목적은 국가권력 감시이며, 주요 임무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함이다. 이 과정에서 이 단체는 친일, 반일 프레임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화가 됐다. 이 권력화를 이용해 정의연 간부들은 요소요소에서 그들이 바라던 영욕의 자리를 꿰찼다. 윤 대표 역시 제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국회로 진출했다. 결국 겉은 할머니들의 얼굴로 포장하고 뒤로는 그들의 골수를 뽑는 앵벌이를 통해 부와 명예를 제 몫으로 돌린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의를 앞세워 대중의 관심을 끌고 난 뒤, 한 건 터뜨려 개인의 영욕을 충족시키는 몰염치한 사례가 극에 달한다. 최소한의 부끄러움과 도덕성도 없는 세계에 유례없이 특이한 시민운동을 한국인들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정의(正義)라는 단어 뜻을 바꿔야 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