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원자재 수요 줄어 들어 폐지값 폭락 1㎏에 고작 80원
페트병·고철 등도 폭락 … 하루종일 모아도 몇천 원 손에 쥐어
지역 고물상들도 수거업체서 제때 처리해 주지 않아 ‘골머리’

재활용품 원자재의 단가 폭락으로 인해 고물상 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이 짙어만 가고 있다. 폐지나 고철 등을 수거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취약계층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31일 포항시와 포항세무서 등에 따르면 5월 현재 지역에서 고철·공병·폐지 관련 업종을 하는 사업장의 수는 모두 56개(개인 51개, 법인 5개)다. 이들 업체들은 재활용품 거래비용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과 후 큰 차이를 보였다. 폐지 1㎏의 가격은 지난해 말의 경우 110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80원으로 판매되며 30원이 감소했다.

다른 재활용품도 가격이 내려간 것은 마찬가지였다. 페트병은 429원에서 254원으로 175원 떨어지며 가격 하락의 폭이 가장 컸다. 알루미늄 캔은 1천126원에서 960원(166원 하락), 폴리에틸렌은 521원에서 361원(160원 하락), 고철은 232원에서 162원(70원 하락)으로 떨어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석유의 수요가 줄고 가격이 폭락하며 재활용품의 원자재 가격도 급감한 것 같다”며 “플라스틱은 현재 새 원료로 만드는 제품의 가격도 내려가는 상황이어서 재활용의 단가는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활용품 원자재 값 하락으로 인해 중간 업체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자 지역에 있는 고물상들은 재활용품을 처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31일 오전 11시께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있는 한 고물상에는 종이박스와 캔, 고철 등의 재활용품들이 산더미처럼 모여 있었다. 몇몇 이용객이 손수레와 차를 사용해 책, 헌옷, 스테인리스 등 고물을 싣고 가게로 왔지만, 업주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고물상 대표 이상화(50·북구 죽도동)씨는 “섀시의 경우 과거 1㎏에 300원을 받고 팔았었는데, 요즘은 수거 업체에서 물건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해 오히려 1㎏당 100원씩 웃돈을 주고 물건을 가져가라고 사정을 하고 있다”며 “재활용품의 물량이 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물건을 가져가는 중간업체도 포화상태라고 말해서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활용품 원자재 단가의 하락은 폐지 등을 수거하며 생계를 연명하는 취약계층에게도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지역에서 재활용품 수거 활동을 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은 지난해 7월 말 기준 302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다수는 저소득 취약 계층으로 재활용품 수거를 통해 생계를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김영자(80·여·용흥동) 씨는 “오늘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며 파지 40㎏을 모아서 고물상에 팔았는데 2천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며 “매일 이렇게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한 달에 8만원 정도를 번다. 병원에 갈 때 차비가 없어 1시간 동안 걸어가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자식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어서 손을 벌리기 미안한데, 내가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자꾸만 고물 값이 내려가서 걱정이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한국자원재활용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재활용품 가격은 20∼30% 감소한 상황이다. 재활용품의 원자재 단가 하락이 언제 회복될지는 현재까지 불투명해 보인다”며 “앞으로 재활용품업체의 경기는 더 나빠질 것 같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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