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70대, 고령에 암투병 겹쳐
대형 어선 감척 신청했지만
작업일수 60일 못채워 탈락
운영자 사망에도 작업일수 타령
“아프고 없는데 어떻게 일하나?”
나이·선령 등 규정 개정 시급

정부에서 시행하는 어선 감척 사업이 현 실정에 전혀 맞지 않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어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울릉도에서 수십 년간 오징어 어선을 경영하는 선장 겸 선주인 정모(73·울릉읍 저동리)씨는 최근 정부사업인 어선 감척을 신청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울릉도 어선 중 꽤 큰 9.77t급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장이자 선주인 정시는 암이 발병하자 어선을 운영하기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했다. 나이도 많고 어선 선령이 오래돼 당연히 감척이 승인될 줄 알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올해 울릉도의 경우 8억6천만원의 어선감척비가 정부에서 지원됐으며, 어선 수로는 그 대상이 5∼6척 정도다. 그런데 정씨는 감척 신청자 중 나이도 제일 많고 어선 선령도 두 번째 많은 29년이나 됐으나 탈락했다. 그가 병원에 다니는 관계로 작업 일수가 감척 기준인 60일보다 적은 44일이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고 병든 사람이 작업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이러한 탈락 사례는 감척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난이 거세다.

정씨는 “원양작업을 할 경우 출어 일수는 적어도 한번 나가면 2∼3일 걸리기 때문에 작업 일수에 포함해야 하지만, 작업일 수가 해경파출소의 출항일수로 증명하기 때문에 이것도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사례는 또 있다. 또 다른 울릉주민 김모씨는 2년 전 사망함에 따라 그의 가족들이 감척을 신청했지만, 마찬가지로 작업일 수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됐다. 운영자가 사망해 작업을 못 했지만, 작업일 수가 적어 탈락한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울릉도 어민들은 점점 고령화되는 어촌의 현실상 조업일수를 채우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더군다나 오징어 조업만 하는 울릉도 어민들을 중국어선 싹쓸이 조업으로 오징어가 고갈돼 조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합리한 감척 규정은 어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따라서 운영자의 나이, 선령, 환자, 사망 등을 고려한 현실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릉군 박일래 저동어촌계장은 “나이 들고 병들면 조업을 할 수 없는데 규정에 조업일 수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다”며 “더구나 오징어 조업만 할 수 있는 울릉도 어선들은 중국어선 북한수역 조업 때문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작업을 나갈 수 없다. 이 같은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릉/김두한기자

    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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