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 재고를 요청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대통령이 또 한번 탈원전은 ‘신성불가침’의 어젠다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의 탈원전이 불러온 비극은 원전산업생태계의 파괴를 넘어선다. 특정세력이 탈원전 정책에 기생하며 태양광 이권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논란과 태양광 발전소가 농지마저 잠식하고 있다는 비명도 들린다. 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많은 국익손실로 귀결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

며칠 전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서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신한울 원전 건설을 안 하고 원전생태계가 깨지면 수출과 부품수급 등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해서라도 에너지 전환정책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원전) 설비를 봐도 과잉 상태다. 에너지 공급이 끄떡없어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급속한 관련 산업 생태계 붕괴는 심각하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원전사업본부 인원은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근무 인력을 포함해서 2017년 말 284명에서 2018년 말 272명, 2019년 260명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원자력산업분야 일자리도 3만6천502명으로 전년 대비 759명 감소했다.

현 정부의 무분별한 신재생 에너지 확대 또한 문제다. 풍력도 태양광도 외국산 의존도가 너무 높다. 결국 중국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2034년까지 원전을 17기로 확 줄이는 대신 신재생 비중을 40%로 대폭 확대하는 초안을 내놨다. 미국이 원전 살리기를 시작하는 등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새로운 원전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조짐이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의 노력으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을 이렇게 폐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 엉터리 경제성 평가로 멈춰 세운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고, 중단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재개하는 게 맞다.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