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이라는 뜻의 엑소더스(Exodus)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장소를 떠나는 상황일 때 사용하는 용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의 출애굽기에 나온 표현이다. 요즘은 증권가에서도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 엑소더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홍콩 대탈출이 시작됐다는 외신이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홍콩 전역에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홍콩의 환전소에는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연일 줄을 잇고 있다 한다.

홍콩에서 반중시위가 격화된 작년 6월 이후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사람은 전년보다 41%나 늘었다. 대만은 아예 홍콩시민의 이주를 돕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다. 영국도 홍콩 내 영국의 해외 시민여권을 보유한 31만 명의 홍콩인에 대해서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등지에도 홍콩인의 이민 문의가 느는 등 바야흐로 홍콩인의 엑소더스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에너지 넘쳤던 홍콩의 앞날에 짙은 안개가 드리운 셈이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로 일국양제(한나라 내 두 체제)가 흔들리고 자유와 민주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도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섰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경제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19세기 아편전쟁을 통해 영국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홍콩의 얄궂은 운명이 또한번 역사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울 것인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 굴복하고 말 것인지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