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까? 1천500년 넘어온 신라 금동신발
누굴까? 1천500년 넘어온 신라 금동신발
  • 황성호기자
  • 등록일 2020.05.27 20:36
  • 게재일 2020.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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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동 120-2호분서 출토
인왕동 고분 이후 43년 만에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대부분 허리띠·목걸이 함께 발견
왕족이나 귀족 신분 무덤일 듯”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출토된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시대 금동 신발. /문화재청 제공

1천500년 전의 금동 신발 한 쌍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금동 신발이 출토된 것은 지난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조사 이후 43년 만의 일이다.

27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경주 황남동 120호분과 일대를 발굴 중인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신라 시대 금동 신발 한 쌍이 경주 황남동 120호분에 추가로 딸린 고분에서 발굴됐다”고 밝혔다. 발굴된 금동 신발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왕족 또는 상위 계급의 부장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신발이 묻혀 있는 상태에서 일부의 모습만 확인한 상황인 만큼 전체의 크기나 형태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금동 신발은 피장자 발치에서 발견됐는데,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금동 신발이 출토된 적이 있다.

신발은 표면에 ‘T’자 모양의 무늬가 뚫려 있고 둥근 모양의 금동 달개(瓔珞·영락)가 달려 있는 점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발은 실생활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죽은 이를 장사지내 보내는 장송(葬送) 의례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측은 “피장자의 물품은 신분을 말해 주는데 금동 신발이 나온 것으로 봐서 최고 상위 계급, 즉 왕족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금동 신발이 출토되면 금관, 은으로 만든 허리띠,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이 함께 나온다”며 “피장자 머리 부분에서 금동 달개 일부가 노출된 것으로 볼 때 금동관이나 새 날개 모양 관 꾸미개(冠飾·관식)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금동 신발이 출토된 곳은 120호분 남쪽에 위치한 120-2호분이다. 그동안 120호분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번호가 부여됐으나 민가 조성 등으로 훼손되면서 고분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유물의 잔존 유무와 범위 등을 파악하고, 앞으로 진행할 유적 정비사업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120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해 120호분의 북쪽에 위치한 120-1호분과 남쪽의 120-2호분을 추가로 확인했으며, 내부 조사를 시행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금동 신발이 출토된 120-2호분 120호분의 봉분 일부를 파내고 조성돼 있는 점을 볼 때 먼저 120호가 조성된 뒤에 추가로 들어선 후대의 무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발 외에도 120호 무덤에서는 금동 말안장(鞍橋·안교)과 금동 말띠꾸미개(雲珠·운주)를 비롯한 각종 말갖춤(馬具·마구) 장식, 청동 다리미, 쇠솥, 다양한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

이처럼 중요한 유물들이 120호분에 딸린 120-2호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120호분의 주인은 왕족이나 귀족 등 높은 신분의 무덤일 것이라고 조사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120호분의 봉분 규모도 훨씬 큰 만큼 현재까지 출토된 유물보다 위계가 더 높은 유물들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금동 신발의 일부만 노출된 상황이지만 금동신발은 경주의 왕족과 비속 등의 무덤에서 현재까지 12켤레 정도 출토됐다”면서 “기본적으로 금관, 청동관 등 관과 은으로 만든 허리띠, 목걸이, 금귀걸이 등이 세트로 출토된다”고 말해 왕족 등의 무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120호분과 함께 있는 소형 묘에서 나온 것으로 무덤에 묻힌 사람이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있다”며 “120호분이 두 배 정도 큰 점을 고려하면 더 중요한 유물이 출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발굴조사단은 “아직 발굴조사가 초기 단계임에도 금동 신발 등 현재 출토된 유물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른 시기에 발굴 현장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앞으로 120-1·2호분의 조사를 완료한 뒤 아직 내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120호분의 매장주체부도 본격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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