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가 사건 22일 만에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GP총격 사건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유엔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북한 양측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유엔사의 조사결과 발표 뒤 바로 입장문을 내고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치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와 유엔사의 이런 어물쩍한 마무리를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앞서 지난 3일 오전 북한군은 중부전선 GP에서 우리 군 GP를 향해 14.5㎜ 고사총 4발을 발사했다. 이 총탄은 우리 GP 담벼락에 탄착군을 형성하며 정확하게 꽂혔다. 이에 우리 군은 사격 원점으로 추정되는 북측 초소를 겨냥해 K-3 경기관총과 K-6 중기관총으로 30여 발을 사격했다. 유엔사 다국적 조사단은 사건 이튿날인 4일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스위스 인사들과 함께 총격이 벌어진 장소에서 실사를 벌였지만, 북한군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 군이 피격을 당한 이 사건을 놓고 국방부가 곧바로 ‘우발성’을 인정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크든 작든 우리 군이 공격을 당했을 때 그 우발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우발적 사고’라는 해명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사고를 쳐놓고도 한마디 없이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방 당국은 북한에 대해 비판성명 한 장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가 내놓은 것이라고는 이번 유엔사의 양비론(兩非論) 형식의 조사결과에 대한 유감 성명이 전부다. 그러면서도 국방부는 입장문에서 “‘9·19 군사합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지속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절제하는 일을 탓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북한군이 우리 군의 물렁물렁한 자세를 오판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군의 존재 이유를 새삼 물어보고 싶어진다. 짖어야 할 때 짖지도 않고, 물어야 할 때 물지도 않는 사냥개가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