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들판마다 논물이 가득이다. 자연은 인간들을 배불리 먹일 양식을 짓기 위해 마른 봄에도 물을 모았다. 물을 들인 논은 마치 정화수가 담긴 그릇 같다.

이제부터 자연은 시간을 두고 그 물에 해와 달을 녹인다. 그리고 해, 달, 흙, 물이 서로를 인정하고 하나가 되는 시간을 기다려 별을 닮은 벼를 심고 지극 정성으로 기를 것이다.

자연은 때를 알고 때에 맞는 일을 하기에 자연에는 억지가 없다. 자연이 제일 잘하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자연은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기다림이 있기에 자연이 주는 결실은 부실하지 않다.

자연의 시계는 소만(小滿)을 지나 망종(芒種)으로 향하고 있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로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망종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이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 들판을 보면 이들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부들은 절기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순리(順利)’를 들판에서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攝理)요, 이치(理致)이다.

교육에도 이런 절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는 무원칙, 혼돈, 혼란 등과 같은 우리 교육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육의 순리’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럼 교육의 섭리와 이치라는 말은? 필자는 순리, 섭리, 이치의 뜻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 말과 우리 교육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왜 그렇게 단정 짓느냐고 물으면 한마디로 답할 수 있다. “이 나라 교육 정책은 그때그때 달라요.”

아 참, 필자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이 나라 교육에도 원칙이 있기는 있다, 그것도 절대적인 원칙이! 그것은 바로 성적 지상주의이다. 성적이 최고인 세상, 학생들을 시험의 노예로 만드는 학교, 그것이 이 나라 교육의 제일 원칙이다. 그 원칙이 실현되는 달이 온다. 6월이다.

우리 교육도 자세히 찾아보면 교육의 순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교육헌장이다.

“(….)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 (….)”

대한민국 교사들이여, 코로나보다 학교가 더 무섭다는 학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6월이 오기 전에 국민교육헌장을 마음으로 읽어보자! 그리고 제발 죽은 시험으로 학생을 괴롭히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