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최종 인가 앞두고 전문대 총장들 ‘신설 반대’ 성명
“전국 25개교 5천773명 재학 중인데… 과잉인력 양산 우려”

영천에 설립될 예정인 한국폴리텍대학교 로봇캠퍼스가 대학가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영천시와 한국폴리텍대학은 로봇캠퍼스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성명서까지 내면서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장관의 최종 인가만 남겨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받고 있다.

2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전국 135개 전문대학 총장 명의로 ‘폴리텍 대학 로봇캠퍼스 설립 반대 전문대학 총장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사전에 로봇분야에 대한 적정 인력 및 국가 재정의 효율적 투자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됐다”면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문대교협은 과잉 인력의 양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미 전국 13개 지역 25개교에서 관련 전공을 개설,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로봇캠퍼스를 건립할 이유가 타당치 않다는 의미다.

전문대교협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강원(1개교), 경기(7개교), 경남(1개교), 경북(1개교), 광주(2개교), 대구(2개교), 대전(2개교), 부산(2개교), 서울(2개교), 전남(1개교), 인천(1개교), 전북(1개교), 제주(2개교) 등에서 로봇분야와 관련한 과가 운영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입학 정원은 2천500명이 넘는다.

대구·경북권만 하더라도 영진전문대학교 컴퓨터응용기계계열(로봇자동화시스템전공, 입학정원 420명), 영남이공대학교 기계계열(로봇·메카트로닉스전공, 입학정원 280명), 안동대학교 전기자동화과(입학정원 30명)가 운영되고 있다.

전문대 총장들은 또 로봇캠퍼스 설립이 정부의 정책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8년 3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전국 각지에서 운영 중인 폴리텍 대학의 학위과정을 축소하고 폴리텍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직업훈련방안과 지난해 6월 교육부의 비학위(전문기술)과정 개설 권고에 배치되는 행위라는 의미다.

남성희 전문대교협회장은 “로봇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전문대학생은 전국적으로는 25개교에 5천773명이며, 이 가운데 현재 신규로 로봇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인 경북 영천의 동일권역 내에만 3개교 1천442명에 이른다”면서 “폴리텍 대학은 설립 목적에 맞게 교육훈련과정에 충실해야할 것이며, 전문대학과 유사한 학위과정을 모방한 신규 로봇캠퍼스 설립 추진은 마땅히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는 영천시 화룡동 989번지 일원에 오는 2021년 개교 예정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지난 2월 건축물 사용승인 등 제반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교육부에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0일에는 교수·변호사·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원회 현장실사단이 영천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최종적으로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이와 관련해 전국 전문대학 총장들은 지난해 3월 27일에도 폴리텍 대학의 로봇캠퍼스 설립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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