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아직 사법적 심판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론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통합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야멸차지만, 이 문제는 이제 수면 위로 떠올려 논의를 시작해야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문 의장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통합의 정치’를 당부했다. 그는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는 뜻, 타이밍을 놓칠수록 의미가 없게 된다”고 부연설명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사면 필요성을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주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나가는 일에 성큼 나서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사면론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사면이 권력자를 위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대 주장을 펼쳤고, 안민석 의원도 “아무런 반성 없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퍅한 거부논리를 펼쳤다.

사면론을 처음 꺼낸 문희상 의장의 말은 총선에서 낙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인색한 인식을 버리고 ‘국민통합’을 대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충고로 읽힌다. 과거에 발목 잡혀 머물거나, 지난 허물을 들쑤셔 민심을 선동하는 장난질은 길면 길수록 미래를 잃게 만드는 패착이 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험악한 세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에 천박한 진영논리에 뿌리를 둔 터무니없는 분노와 원한은 서둘러 녹여낼 필요가 있다.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 그보다도 더 극적인 반전 계기는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화두는 이제 금기어가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