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타이완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국지적인 군사 충돌 우려마저 나오는 긴박한 상황이다. 두 강국의 충돌로 한국은 샌드위치가 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점증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세계외교지형에 미·중 갈등까지 덮치고 있는 판이다. 피할 길 없는 외생변수 앞에서 내부분열이 격화되는 일은 절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며칠 전 트위터를 통해 “미친 사람(wacko)”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같은 날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홍콩 및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폼페이오 장관 등은 불난 틈에 강도질을 했다”며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 현상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G2의 위치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전략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고민스럽다”면서 미국을 따라갈 것인가, 중국을 따라갈 것인가 딜레마를 겪는 상황이라고 고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시시때때로 친중(親中) 성향을 드러낸 문재인 정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총선 대승의 원심력을 타고 여권 인사들이 강성 좌익 발언을 쏟아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정부는 모든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대승적인 관점에서 초당적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