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근대 자본가로 손꼽히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미국 기부문화의 선구자로 통한다. 그는 “인생의 전반기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기는 부를 나누는 시기여야 한다”고 말한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그의 말대로 실천한 기업가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 3천개의 도서관을 건립하고 미국의 과학발전을 위해 카네기 연구원을 설립했고 박물관 등도 지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2017년 한해 미국인이 기부한 금액이 4천100억 달러(약 462조원)로 당시 우리나라 예산보다 많았다. 빌 게이츠나 마크 저그버그, 워렌 버핏 등 세계적인 기부천사가 수두룩하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발달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특히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을 우선 손꼽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고소득층은 기부의 이유로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를 최우선으로 들었다 한다. 미국의 자선단체는 남이 준 돈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통감, 모든 돈의 사용에는 반드시 사회적 동의를 얻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은 기부를 안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을 손꼽고 있다. 2016년 어금니 아빠 사건과 2017년 새희망 씨앗 기부 사기사건 등으로 드러난 기부금의 횡령은 불신의 골을 키웠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9년 1년간 기부경험이 있다고 조사된 사람의 비중이 25.6%로 8년 전(36.4%)보다 되레 낮아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설립된 정의기억연대와 그 단체의 윤미향 전 이사장을 둘러싼 기부금 횡령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기부금 용처만 밝혀도 끝날 문제가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전으로 치달아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논란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기부문화는 후퇴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