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명예시민 英 수산나 여사
`올해의 이민자상’ 수상
6·25전쟁 고통 분담 60평생
유창한 경상도 사투리 구사
친근한 ‘양수지 할매’로 통해

대구의 명예시민인 영거 수산나 메리(Younger Susannah Mary·사진) 여사가 ‘올해의 이민자상(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코틀랜드 지방 명문가 출신으로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수산나 여사는 반세기 이상을 대구와 경북에서 지내며 유창한 경상도 사투리까지 곁들여 ‘양수지 할매’로 통한다. 한국전쟁 직후 천주교 대구교구와 대구 효성여대의 초청으로 한국행에 오른 수산나 여사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일평생 소외된 여성과 청소년의 자립을 위해 항상 낮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특히, 1960년 대구 효성여대 영어 교수를 시작으로 대구가톨릭여자기술원장 등을 지냈으며, 사회복지시설 건립, 미혼모 지원 및 청소년 교육, 영국의 지원을 받아 축산농장 운영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1964년 경북 경산시 하양읍 주민들을 위해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려고 무학산 중턱을 개간해 농장을 조성하는 사업에도 참여했다. 영국의 구호단체를 통해 후원금을 받아 농장 조성 자금을 조달했다. 이 농장에는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고, 유럽식 축사를 지어 가축들을 사육해 하양읍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무학농장 자금은 나중에 무학중·고교 설립에 보탬이 됐다.

1959년 12월 당시 효성여대에 줄 피아노 7대를 화물선에 싣고 5주 항해 뒤에 부산에 도착했던 수산나 여사는 법무부를 통해 “직접 두 눈으로 전쟁의 잔해로 남은 가난한 땅을 보며 어렵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소명임을 알았다”고 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우리 국민은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근대화를 이루었고,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고통을 나누고 희망의 힘으로 단합해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었다”며 “위기 극복과정에는 재한외국인이 함께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박순원기자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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