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팝나무는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고봉으로 봄을 지었다. 이는 곧 있을 꽃궁기 전에 실컷 꽃으로 마음을 채우고 여름을 잘 이겨내라는 5월의 배려이다. 이와 더불어 5월은 사람들에게 여름을 준비할 시간을 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을 74.7%로 예측했다. 관련 뉴스다.

“역대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이었는데, (중략) 올해는 강한 엘니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더울 거란 예상이 되고 있는데요. (중략)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다음 내용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 심각성은 코로나 19와는 비할 바가 안 된다.

“이대로라면 50년 내에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의 거주지역이 사막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는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리는 대책이 무엇인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그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문명의 편안함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를 실천할 생각이 없다.

최고의 무더위도 무더위이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탁상교육(卓上敎育)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 당국은 탁상교육이 만들어 낸 입시 공화국의 민낯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가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수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교 입시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교육 당국은 “학생 중심 수업, 학생 역량 강화 교육,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등 그럴싸한 말들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은폐(隱蔽)하고 있었다. 이제 교육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를 이상적인 말로 기만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교사이면서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2020년도 달력이 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는 부담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래도 필자보다 더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를 위해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독서실 갔다 올게.”

등을 덮고도 남을 큰 가방을 메고 아이는 현관을 나섰다. 가방은 가방이 아니라 짐이었다. 아이의 등을 휘게 할 정도로 무거운 짐을 지운 이 사회가 싫었다. 하지만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챙기라는 말뿐이었다. “마스크 꼭 해!”

“알았어, 그런데 하루 종일 마스크 하고 있으니까 머리가 너무 아파. 속도 안 좋고.”

교육을 받을 당사자인 학생들의 고통을 교육 관료들은 알기나 할까? 책상에 앉아서도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다 볼 수 있다는 탁상교육의 달인들은 그 고통을 절대 모른다. 그들은 말한다, 자신들이 계획한 대로만 하면 다 된다고. 그러니 잔말 말고 그냥 따르라고.

이 나라 교육판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다. 그것은 소통이다. 웃기는 것은 소통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소통이라는 것이다. 탁상교육의 달인들, 그들의 전지전능한 능력이 참으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