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바람에 ‘비말’ 확산 위험 커져 수시로 창문 열어 환기”
“바람 세기는 약하게… 제습기 사용도 가급적 자제해야” 당부
각 지자체도 시내버스에 창문 연 채 에어컨 켜고 운행토록 지침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여름 무더위가 찾아온다. 방역당국은 여름철 에어컨 사용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수시로 창문으로 환기하면서 에어컨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여름철 실내환경 방역지침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어떻게 가동할지를 안내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날 열린 생활방역위원회에는 여름철에 사무실이나 학교와 같은 실내 공간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때 환기를 어느 정도 주기로 해야 할지 등을 논의했다.

에어컨이 실내에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중국 연구에서 처음 나왔다. 지난 1월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은 광저우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던 확진자 10명의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에어컨에서 나온 강한 바람이 비말을 옮겼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직 관련 연구나 실험이 충분히 진행되진 않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크기가 작은 비말이 공기 중에 2∼3시간 떠 있을 수 있는 만큼 에어컨 바람에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는 비말로 전파되는데 공기 중에 떠 있던 침방울이 에어컨 바람에 날려 더 멀리 퍼질 수 있다. 실내에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작동하면 오염된 공기가 실내에 장시간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감염 확산 위험을 낮추려면 바이러스가 섞여 있을 수 있는 비말을 밖으로 내보내는 ‘환기’가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와 방역당국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연구의 식당은 에어컨을 틀었지만 창문이 없어 환기를 안 했다고 보고돼 있다”며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수시로 창문을 통해서 환기를 같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람 세기가 강하면 비말이 그만큼 멀리 이동할 수 있으므로 풍량을 약하게 하고, 에어컨 사용 때 창문을 3분의 1 정도 열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부가 지난 7일 발표한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 수정본에서 교실 창문을 3분의 1 이상 여는 조건으로 에어컨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대중교통 내 에어컨 가동도 마찬가지다. 최근 각 지자체는 시내버스들이 창문을 연 채 에어컨을 켜고 운행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동안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금지됐다.

국립암센터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교수는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외부 환기를 어느 정도 하면서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바람 세기를 약하게 하고 환기할 때는 창문을 일렬로 열어 바람이 앞뒤, 좌우로 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어컨뿐만 아니라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에서 나오는 바람도 비말을 멀리 퍼뜨릴 수 있어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제습기 역시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번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호흡기관 점막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점막이 건조할 때 더 번식하기 쉽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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