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방초(綠陰芳草) 짙어가는 젊음의 계절 5월이다.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푸르싱싱한 초목이 활개치는 여름날로 치닫고 있다. 아침나절 우짖는 멧새들의 지저귐은 맑기만 하고, 한낮의 뻐꾸기 울음소리는 한가롭기만 하다. 또한 저녁답의 어스름을 타고 흐르는 소쩍새의 독창은 올해도 풍년을 점치며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다. 초록의 캔버스에 색채와 향기를 드리우고 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새소리의 추임새까지 더해가는 자연은 미술과 음악을 곁들인 일종의 예술 종편을 연출하는 듯하다.
산이나 들, 강이나 바다 주위를 소요하며 이따금씩 접하는 자연의 소리는 무슨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때에 따라선 향기가 들리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소리가 보이는 것 같으며, 가만히 몰두하면 색깔이 만져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자연 속에 원천적으로 내재한 종합예술을 인간이 미술과 음악의 이름으로 표현해내고 문학과 문화의 매체로 통역하며 재창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가운데 청각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음악은 인간의 매우 뛰어난 감성적인 공감능력의 한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주로 음률로 나타내는 소리예술로 정의되는 음악은 가창, 기악, 성악, 선율, 리듬, 화음 등 장르와 표현방식이 다양하다. 세계 공통언어인 음악은 일종의 ‘패턴 찾기’의 즐거움이며 반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육체적, 정신적 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며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가령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르면 힘든 상황에서 서로 돕고자 하는 유대감이 형성되고, 좋은 음악 속에는 우울증과 스트레스의 악순환을 돌파하는 힘이 존재한다. 그래서 정신과 신체건강을 유지, 복원시키며 향상시키는 음악치료라는 예술치료분야가 고대로부터 활용되지 않았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온갖 소음과 잡음, 불협화음에 노출되고 시달릴 때가 많다. 그런 때일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심신을 달래나간다면 마음건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자주 듣곤 하는데, 출퇴근길이나 산악 라이딩을 하면서 즐겨 듣는 음악의 장단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페달을 밟다 보면 힘도 그다지 들이지 않고 미끄러지듯 신나게 달려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반복으로 인한 음악의 세밀한 선율과 리듬에 집중할 수 있고, 그러한 음악이 연료처럼 작용해 몸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 같았다.
음악은 지친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주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보약같은 효능이 있다. 콘서트나 음악발표회로 햇살같은 선율이 피어나야 하는데,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울림마저 감금당하고 있다. 그러나 침울한 마음이 치유되고, 소통하는 공감으로 상생과 화합의 메아리가 조만간 울려 퍼지리라. 작은 생의 아픔 속에도 아름다움은 살아있듯이 삶이란 그 무언가의 기다림 속에 오는 음악같은 행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