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영난에 봉착한 경영계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비롯한 근로기준법 개선법안들이 모두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끝 모를 샅바싸움 기류 속에 갇힌 여야 정치권은 주 52시간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마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산업계에는 이런 추세로는 가공할 경제위기 국면을 탈출하는 일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매출 상위 1천 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1%가 21대 국회의 우선 추진 과제로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을 꼽았다. 국회에서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법안은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으로서 42.6%로 압도적이었다. 주 52시간이라는 강제규정이 몸에 맞지 않는 작은 옷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장에서의 비명은 심각하다. 주문이 밀려도 오후 5시면 노동자들을 칼퇴근시켜야 하는 경영진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노동자들은 수입이 줄어 울상이다. 노동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은 보장해줬지만, ‘저녁 사 먹을 돈이 없어진 삶’이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최저임금법 보완 논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해 있는 개정안은 무려 82건이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이원화를, 통합당은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느라 최저임금법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근로기준법 개선법안 심의 통과는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 형편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은 21대 국회가 들어서도 하반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논의가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여야 정치인들이 산업현장의 애달픈 상황을 이렇게까지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양보와 타협, 그리고 연착륙 정신으로 하루빨리 접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정쟁의 옹고집 무한 드잡이에 국민만 연일 죽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