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 무 생
종영 ‘부부의 세계’서 김윤기 역
따뜻한 연기로 극 중 쉼표 담당
“열린 결말이요? 만족합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배우 이무생이 18일 서울 강남구 카페더스페이스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6회까지 쉼 없이 달려가니까 시청자들이 빠져서 보겠다, 잘 되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어안이 벙벙하기도 합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로 만난 배우 이무생(40)은 드라마를 마친 소회를 이처럼 털어놓았다.

그는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4%)을 기록한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윤기 역할을 맡았다. 지선우(김희애 분)가 이태오(박해준)와 이혼하고 고산시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을 때, 홀로 지선우의 편에 서며 그를 지지해준 따뜻한 역할이었다. 시청자들은 ‘존재만으로도 명품’이라며 이무생의 이름과 브랜드 입생로랑을 합쳐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무생은 “직업에서 오는 이성적인 면, 온화함이 존재해야 했고 극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 존재해야 했다”며 “김윤기가 적시 적소에 나타나 지선우를 보듬어주는 지점들을 따뜻하게 봐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국 BBC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는 각색 과정에서 오리지널 캐릭터가 탄생하기도 했는데, 김윤기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 원작에선 주인공과 ‘썸’을 타는 과학 교사, 아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가 따로 있었지만 한국판에선 합쳐졌다. 그는 “원작은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며 “그래서 더 한국 버전 대본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감독님이 전작을 보고 미팅하자고 제안을 주셨어요.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얘길 듣고 그 자리에서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바로 말씀드렸죠. 김윤기라는 캐릭터는 한 여자를 위한 조력자이자 그 여자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로 시작을 해요. 극이 진행되고 사건을 겪으면서 이 사람 역시 또 다른 느낌으로 성장하면서 지선우를 끝까지 지키게 되죠. 그런 느낌 때문에 배우라면 한번 해볼 만한 지점이 있었어요.”

그는 ‘멋진 남자’ 김윤기와 인간 이무생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기가 한 여자만 바라보고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면서 적시 적소에 나타나 주잖아요. 정말 사랑하면 그럴 수 있겠죠. 그러려면 부지런해야 해요. 저도 부지런하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김윤기만큼은 안 되네요(웃음). 전 김윤기처럼 그렇게 이성적이진 않고 참을성이 많지도 않아요. 2% 부족하죠. 김윤기는 2년간 지선우를 바라본 것만 해도 정말 멋진 남자예요. 끝까지 선을 넘지 않고 바라봐주는 것도 그렇고요. 제가 그런 상황이라면 고백은 한번 해봐야지 생각했을 것 같아요. 만약 그랬다면 헤어지고 서울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그런 면에서 조금은 같으면서 다른 것 같아요.”

지선우와 결국 맺어지지 않은 데 대한 억울함은 없었을까.

그토록 지고지순한 ‘키다리 아저씨’였건만 극 중에선 지선우를 한번 안아보지도 못한 데 대해 그는 “(촬영이 끝나고) 메이킹에서 안아본 것으로 만족하겠다”며 웃었다.

“김윤기로서 물론 아쉽지만, 제가 생각하는 김윤기는 참을성도 좋고 이성적이거든요. 지선우의 마음이 풀리고 가라앉을 때까지 보듬어주는 역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만해서 (지금 결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는 김희애의 오랜 팬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던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에 가서 시작하려고 하는데 김희애 선배님은 이미 지선우가 돼 있었다. 몰입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다.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겠지만 별다른 얘기 없이 절 김윤기로 온전히 바라봐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2011년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나의 ‘부부의 세계’는 너무나 평탄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겐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부부의 세계’를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마냥 기분 좋게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기보단,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만 보고 싶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16부까지 다 보고 나니까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그런 모진 풍파가 있고 나서 땅이 굳어지듯 고통이 있어야만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양파처럼 이런 색깔을 했다가도 까보면 또 다른 색깔이 나오고. 그게 ‘부부의 세계’ 모습이기도 해요. 제겐 정말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에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