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역사 속에는 수많은 인생을 희생시키며 한 사람의 영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냥 흔적도 없이 소멸되는 한 많은 인생이 수도 없이 많다.

조선 역시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러졌고, 19세기 말 마지막 왕조의 어지럽던 정치상황은 조선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대한제국으로 고쳤으나 14년을 지탱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5년의 긴 세월 일제강점기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허우적대다 1937년 시작된 전쟁이 1945년 원자폭탄의 위력에 무릎 꿇자 해방됐다. 이 기간 중 한반도 백성들은 전시체제 하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근로정신대’가 조직되어 일본으로 끌려가 전쟁 수행을 위한 노역에 투입되기 시작했으며, 여성 대원으로 이루어진 ‘여자근로정신대’도 결성됐다. 이 조선여자근로정신대는 근로정신대라고 모집해 놓고 위안부로 끌려가거나 성 착취를 당하는 경우가 잦았다.

1990년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진실규명과 힘들게 사는 생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려는 37개 여성단체들이 모여 만든 연합체가 바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다.

이 단체는 2015 한일합의무효화와 일본군성노예제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100만 시민들의 참여로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2018년 7월 통합해 현재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되었다.

이 시민단체 출신들을 적극 기용하기 시작한 노무현정부부터 이들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진 원인은 위안부 단체 활동 자체가 진보진영에서 여성운동의 상징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 출신 간부들이 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인사 등 적잖게 배출되면서 일각에선 시민운동의 순수성에 의심을 둔지도 오래다. 실제로 상당수 피해 할머니들은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자신들을 이용한 정대협 출신 정치인들에게 강한 반감을 표시해 왔다.

위안부 피해자 모임인 세계평화무궁화회 소속 할머니 33명은 그해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은 문 닫아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미 정치인으로 둔갑한 정대협의 전, 현직 관계자들에게 그들이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관련 의혹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 역시 윤 당선인의 국회입성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을 이용해 정치인으로 탈바꿈하는 윤 당선인을 향한 이용수 할머니의 지적은 2000년대 초부터 고수하고 있는 다른 할머니들 입장과 사실상 판박이다. 허영구 전 민노총 부위원장 말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당사자가 아니라 대리인, 거간꾼들이 조직의 고난을 거치며 쌓아 온 성과를 낚아채 정치적 대표가 되는 ‘정치 먹튀’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직위를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원이나 후원자들이 그들의 지위를 팔아서 국회의원 배지 달라고 말한 적도 위임한 적도 없다. 참 시민단체는 그냥 순수한 목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단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