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예술인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문가인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이 권한 ‘내 마음 들여다보기’를 일주일 단위로 실천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떠오른 감정과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 그에 따른 행동을 일주일 동안 기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딸에게 새 자전거를 사줬다. 기념으로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효자 시장까지 제법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아직 위태위태하지만 제힘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대견하고 한편으론 안쓰럽다는 감정이 들었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우리 딸이 다 컸구나’, ‘함께 자전거를 타니까 참 행복하구나’, ‘그래 이런 게 소확행이지’, ‘딸과 이런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 겠다’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딸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과 행동을 많이 해주었다. 중간에 크게 한 번 넘어졌을 때도 내가 일으켜주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도록 기다려주었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 단위로 내 마음을 기록했다. 기록지를 들고 문가인 원장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가 별로 없다. 우리의 눈과 귀는 쉴 새 없이 미디어와 스마트폰에 노출되고 잠식당한다. 붓다의 표현으론 “끊임없이 불타고 있는 것”이고, 메리 파이퍼의 표현으론 “미디어는 우리에게 피상적으로 살라고 부추기고, 우리는 생각, 감정, 행동을 통합시키지 못하고 자기 분열에 이르는 교육을 받고 있고, 우리의 문화는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무한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는다. 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같은 것은 미디어에서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어딘가 아프고 패배한 사람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일각에 남아 있다. 정작 진실은 그 반대인데도 말이다.

정혜신의 책 ‘당신이 옳다’에는 만나는 사람에게 “요즘 마음이 어때요?”라고 묻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 글을 보고 ‘누가 나에게 요즘 내 마음이 어때요? 라고 물은 사람이 있었던가! 나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요즘 마음이 어떠냐고 물은 적이 있었던가!’하는 회한이 들었다.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게 인생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불씨처럼 살아나는 게 인생이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모질고 날카로운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나.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집에선 가족에게 말로 입힌 상처가 너무나 크다. 결국 인간의 삶이란 말의 삶이다. 말이 남는다. 내가 한 말, 당신이 한 말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다.

내 마음 들여다보기를 실천하면서 가끔 지인을 만나면 “요즘 마음이 어때요?”라고 물어본다. 이 말은 분명 힘이 있다. 분열의 말이 아니라 통합의 말이고 차가운 말이 아니라 따뜻한 말이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도 그런 말이다. 메리 파이퍼는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을 “아름다운 존재가 성장하고 싶어 하는데 다른 어떤 존재가 그것을 저지할 때”라고 말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존재를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