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선거에 승리하는데 기본 목적이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처절하게 패했다. 선거 참패 원인을 갑작스런 코로나 재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야당의 무능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물론 180대 103이라는 민주당의 승리는 국정운영을 잘해서 얻은 결과는 결코 아니다. 야당의 시대에 뒤진 당의 정체성, 조직과 운영 방식, 총선 전략이 실패한 초래한 결과물이다. 미래통합당은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보수 야당의 위기는 그 연원이 상당히 오래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파적 이해에 침잠한 당 지배구조,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 친박의 오만과 부패는 반동의 정당으로 당 위상을 추락시켰다. 대통령과 당 지휘부는 광화문의 수천만 누적된 촛불 함성에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보수 당내의 친박과 비박이라는 계파적인 갈등은 위기 수습은커녕 책임 전가로 일관하였다. 결국 탄핵에 가담한 비박은 신당을 만들고, 친박은 반성은커녕 탄핵에 동조한 탈당파를 비난하는 형국이 연출되었다.

미래통합당은 먼저 당 개혁을 위한 당의 정체성부터 확립하여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합당 후에도 당의 정체성은 오리무중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의원의 주장은 아직도 당의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당내 강보수의 주류는 돌아온 비박을 아직도 배신자 프레임으로 가두려고 한다. 탄핵당한 대통령 시의 총리가 당 얼굴이 될 때 당의 정체성은 더욱 위기에 봉착했다. 보수 정당은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다. 야당은 ‘개혁 보수’, ‘참 보수’에서 당의 정체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

주호영 새 원내대표는 당 조직을 개편하여 정당을 역동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다. 세계 선진 보수 정당은 당 조직과 운영을 새롭게 정비하여 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하였다. 미래통합당은 전통 보수 정당인 미국의 공화당과 독일 기민당의 역동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 위상이 G20에 이르고 4차 산업시대 진입했는데도 한국의 보수정당은 아직 ‘개발 독재 시대’의 환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탈 이념화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인데 반공과 냉전적 사고에 갇혀있다. 야당은 영남 지역 당, 노인당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야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는 무능 정당’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한국 야당의 이러한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역동적인 한국 정치는 급변하는 민심처럼 요동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등락을 반복하는 것도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이다.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은 아직 약 2년이 남았다. 미래통합당은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중도 보수 세력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 위기 시마다 처방전으로 썼던 비상 대책위원회 만으로 병의 근원은 다스릴 수 없다. 김종인 신드롬에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야당은 ‘미래도 통합’도 없는 당명부터 바꾸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