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군수·대기업 직원·고교생 등
올해 경북지역 자살사고 잇따라
자살예방 예산·조직 턱없이 부족
지방의회와 도민들의 관심 ‘절실’

올해 들어 경북지역에서 자살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7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자살자는 전 군수, 대기업 직원, 고교생,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던 80대 등 다양했다.

한동수(71) 전 청송군수는 행방을 감춘 지 3일 만인 지난 2월 21일 오전 9시 29분께 안동문화관광단지 내 공터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전 군수는 재임 당시 비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한 전 군수 가족은 그가 이틀 전 집에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며 지난 20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한 전 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했다.

하청업체 납품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지역 대기업 직원도 4월 8일 사업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직원은 가족과 회사에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사 하청업체 납품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날 경북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경찰은 이 회사 하청업체의 납품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이 유착한 의혹이 있어 올해 1월 회사 내 한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같은 달 5일 안동의료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80대 여성(코로나19 확진자)이 숨져 있는 것을 의료진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병실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보다 3일 뒤에는 경주 모 고교에서 3학년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지역 학원가에 큰 충격을 줬다.

유족은 사고원인을 경찰에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경찰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구미의 한 체육공원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40대 남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여성은 자신이 몰고 온 차 안에 가족에게 ‘미안하다’라고 적은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숨진 이들 이외의 다른 사람이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부검 및 유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이보다 9개월 앞서 경주에서는 최학철(66) 전 경주시의회 의장이 안강읍 흥덕왕릉 뒤편 자신의 모친 산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전 의장이 전날 평소처럼 집에서 나간 뒤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이날 오전 7시쯤 가족이 신고함에 따라 수색하던 중 발견했다”고 말했다.

숨진 최 전 의장 주변에는 ‘모두들 힘들게 해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포항생명의전화 전화상담봉사자들은 “배고픔과 외로움과 억울함, 후회와 죄책감, 갈등과 상처 등으로 인한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변의 작은 사랑이 절망의 늪에 빠진 이들을 구할 수 있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이건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상임회장(의사)은 “자살을 생각하는 당사자는 먼저 주변사람과 대화를 해야 한다. 나만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슬픔을 주게 될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살은 성경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우리 모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맞고 있다.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방관하는 죄를 지으면 안 된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북 시·군 복지담당들은 “전국 기초 지자체 평균 자살예방 예산은 2018년 총예산 149조원의 0.016%에 불과하다”며 “자살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데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하다. 지방의회 의원들과 도민들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인구 10만 명당 자살예방 담당공무원은 1명에 불과하다. 지자체 내부나 외부 모두 자살예방 관련 조직이 없는 지자체는 도내 무려 5곳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OECD가 발표한 2019년 건강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한국이 25.6명으로 자살수가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 13.9명, 캐나다 11.8명, 영국 7.3명 순으로 조사됐다. OECD국가 평균은 7.3명이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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