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보이는 6∼8층 선호
대통령 배출한 의원실도 인기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15일 의원회관 이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새로 입주하는 당선인들사이에 ‘명당’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불출마 또는 낙선 의원 169명이 이번 주까지 의원실을 비우고 나면, 다음 주부터 21대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하게 된다.

14일 여야당 관계자에 따르면 관례상, 선수가 높은 의원부터 의원회관 호실 우선 선택권을 갖게 된다. 미래통합당은 현역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1차 신청을 마쳤고, 이르면 이날부터 새로 진입하는 당선자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수별로 수요를 조사해 같은 선수에서 선호하는 방이 겹칠 경우 나이순으로 우선 배정할 예정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으로 국회 잔디밭과 분수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방향이면서도 너무 높지 않아 이동이 용이한 6∼8층이 로열층으로 꼽힌다. 이때문에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박병석·김진표·추미애 의원, 통합당 김무성·정병국·주호영 의원,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주로 이곳을 차지했다. 이중 여의도를 떠나는 의원들이 다수 나오면서 이들의 방을 차지하려는 당선인들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우선 419(4·19학생의거), 518(광주민주화운동), 815(광복절) 등 의미있는 날을 떠올리는 호실이 인기다. 6·15 남북공동회담을 상징하는 곳으로 민생당 박지원 의원이 사용한 615호는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은 의원이 탐내고 있다. 518호는 호남 출신 민주당 의원 측에서 희망하기도 했지만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대통령의 정기’를 받으면 선거에 승리할 거란 믿음 덕에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의원실도 인기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썼던 325호를 사용중인 권칠승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이 썼던 312호의 조응천 의원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권 의원은 “계속해서 325호를 사수할 것”이라고 했지만, 조 의원은 다른 방으로 옮길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낸 638호의 통합당 김승희 의원은 경선 탈락으로 방을 빼게 되면서 민주당 당선인 사이에 쟁탈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545호를 물려받은 이완영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 새 주인을 찾고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오른 정세균 의원실 718호가 명당중에 명당으로 꼽히며 입주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최고층으로 탁 트인 시야를 가진 10층을 선호하는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사용한 1001호가 대표적인데, 한 민주당 보좌진은 “일부 중진 의원들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10층은 또 경호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 탈북민 출신인 통합당 태영호 당선인과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이 배려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중진들에 비해 선택지가 적은 초선 의원들의 경우는 원내대표 결정에 따라 의원실을 배정받게 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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