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물동량 급감 ‘비상’
자동차·철강, 코로나 직격탄에
부품 수급 차질 등 본격 영향권
국제 크루즈선도 멈춰 서 ‘악재’
회복에 상당 기간 소요될 전망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포항영일항만의 물동량 감소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러 지방포럼 개최 및 정부 북방정책을 기회 삼아 영일만항을 환동해물류 중심항으로 키우겠다는 포항시와 경북도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4일 포항시에 따르면 4월 들어 영일만항의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며 기존 목표치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앞서 포항시는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14만5천TEU를 올해 물동량 목표로 삼았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여파가 현실화되며 이 역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 4월 영일만항 물동량은 6천840TEU로, 지난 2019년 4월의 9천878TEU보다 3천38TEU가 감소했다. 감소율은 -30.7%에 이른다.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1만61TEU와 1만450TEU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이나마 증가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올 1월에도 지난해 1월보다 4천952TEU가 감소한 6천947TEU를 기록했으나 이는 코로나19 영향이라기보다는 풍랑으로 6회 결항된 것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감소세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일만항의 물동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철강 자체의 회복이 요원하기 때문인데, 이들 업계는 공장 셧다운과 부품 수급차질로 인해 물동량 회복세에 들어가기까지는 꽤 긴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부정적인 요인은 또 있다. 포항시는 영일만항을 기점으로 하는 국제크루즈선에 대해 지난해 시범 운항을 마친 뒤 올 하반기 신규 운항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온 ‘네오로만티카(Neo Romantica)’호가 1천200여명의 탑승객이 참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자, 포항시는 국제 크루즈선 사업을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주관사인 현대아산 측과 크루즈선 보유사인 코스타 크루즈 측 등을 상대로 수차례 접촉해 올해 6∼7월 4회 및 9월∼11월 추가 시범 1회 운항하기로 구두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더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크루즈 운항과 관련해 배정된 예산도 전부 반납한 것으로 포항시는 밝히고 있다. 다만 각종 국책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다행이다. 항만 배후단지 조성이나, 5만t급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포항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공사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주력 화물인 철강관련 제품 및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우드펠릿과 냉동냉장화물을 비롯한 타 화물로의 체질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안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크루즈 사업 역시 당분간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신뢰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이나, 결코 포기할 일은 아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최근 공개한 2020년 1호 지역경제조사연구 보고서 ‘포항의 크루즈산업 육성방안(김진홍 부국장, 유태경 조사역)’에 따르면 포항은 환동해경제권의 5각형 크루즈노선에 위치해 최적의 허브기착지인 동시에 1시간 이내 거리에 문화유산이 풍부한 관광지인 경주도 자리 잡고 있는 장점이 있다. 크루즈형 페리 등을 함께 유치할 경우 남북경협 본격화 시 물류보충기지로서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항시 신북방정책과 유호성 항만물류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가 4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는 앞으로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당장 극복하기는 힘들겠지만, 물량 다변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영일만항의 물동량이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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