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파장이 진영대결로 비화하면서 ‘친일-반일 프레임’을 올가미로 쓰려는 음모들이 난무하고 있다. 할머니의 폭로 목적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의 개선과,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의 진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런데, 의혹의 당사자인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정치권이 마구잡이로 비판 목소리에 ‘친일파’ 딱지를 붙이면서 민심을 분열시키고 있어서 안타깝다.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인 윤미향 전 이사장은 방송 등에 나와서 논란을 보수·친일 세력의 모략으로 몰아갔다. 그는 “6개월간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면서 “미래통합당과 친일언론, 친일학자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최후의 공세를 한다”며 “미래통합당과 친일언론, 친일학자들이 총동원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완전하게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연의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모든 사람이 ‘친일파’라고 하는 이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심각한 모순에 봉착한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라는 사실은 설명할 길이 없어지게 된다. 이용수 할머니가 어떻게 친일파가 되나. 물론 정의연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세력이 이 기회를 악용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민심은 정의연의 그간 활동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정의연이 서둘러 회계자료를 만천하에 밝혀 투명성을 입증하면 대다수의 의혹은 해소된다. 나아가 수요집회도 미래를 개척해가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될 일이다. 세상 모든 문제를 천박한 진영논리에 대입하여 멱살잡이 소재로 추락시키는 이 몹쓸 노릇을 언제까지 지속할 참인가. ‘친일-반일 프레임’을 죽창 삼아 비판자들의 입을 봉쇄하려는 이런 행태야말로 청산이 시급한 적폐 아닌가. 정의연이 정직해지는 길만이 논란해소의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