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하 해
사람이라는 독소조항을 지우지 못하고
그 국경 넘을 수 있을까
수미단까지 극악한 오르막
사기를 당하기 딱 좋은 봄날 사통팔달 좌표는 없다
미물과 사람 차이를 생각하다
골반에 앉아 누차 따져 보았다,
눈 밑이 늪이라는 조언들로
떠난 건 아니지만
지불할 게
마땅찮다
천근만근 저 몸을 돌아나가는 길을 해독하지 못하고
목덜미에 잠깐 쉰다
죽어라 걸어도 벗어날 수 없는 가죽 속의 벌레 한 마리
이리저리 치고 가는 바람의 손
만행(萬行)은 불가에서 수행을 위한 수많은 과업을 일컫는다. 수행의 과정에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비우고 떠나는 것이 아닐까. 소유와 욕망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존재다. 욕망의 추구는 끝이 없고 성취는 또 다른 결핍에 이르고 다시 추구의 열망에 사로잡히는 운명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죽어라 걸어도 벗어날 수 없는 가죽 속의 벌레 한 마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