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석가모니 부처가 태어나고 예수가 부활한 성령의 달이라 해도 코로나에 묶여버렸던 ‘잔인한 달 4월’은 지나갔다. 시인 엘리엇은 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는 4월’을 잔인하다 했을까? 봄비에 깨어난 뿌리의 힘으로 라일락 꽃향기 퍼드러진 앞뜰에는 계절의 여왕 오월이 화려한 옷을 입고 왔는데….

나뭇잎은 어린아이의 손과 같이 부드럽고 하늘은 가끔 빗줄기를 뿌려 대지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형산강변에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고 초하의 들머리에는 농부가 밭을 갈고 씨 뿌리는 계절, 여름을 준비하라는 입하가 있고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소만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 5월에는 윤4월도 덤으로 끼어 있어 결실을 응원하는 태양도 천천히 하늘을 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을 일대로 다시금 코로나19 확산세가 퍼지는 상황을 묵인할 수는 없지만 계절의 여왕이 화려한 옷자락을 펼치며 우리 국민의 침착하고 현명한 방역 태도에 함빡 미소를 보내줄 것이다. 이제부터는 더욱 촘촘한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으로 서로를 돌보며, 나들이에 나서더라도 긴장의 끈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숫자 5는 다섯, 발음으로는 ‘닫고 서다’ 즉 밝은 세상으로 솟아난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많은 시인들이 노래한 오월에는 우리들 마음에도 밝고 아름다운 날들을 가꾸어야 하리라.

시골집 작은 텃밭에 상추씨도 뿌리고 고추 모종도 심으니 손바닥 만한 채소밭에도 생기가 돈다. 마을 뒷산 기슭의 하얀 아카시아꽃이 꿀벌을 모으고 하얀 꽃들이 쌀밥을 닮았다는 이팝나무 가로수는 5월에 눈이 내린 듯 신기하다. 하얀 수국, 하얀 찔레꽃, 흰 장미…. 온통 하얀 꽃 잔치다. 지난달 알싸한 향기에 한 소쿠리 따서 삶아 먹었던 가죽나무 순과 엄나무 순도 벌써 새로운 가지를 하늘로 뻗어가고 있다.

오월은 뭐니 뭐니 해도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도 있다. 모두가 감사와 사랑의 의미를 담아 선물을 주고받고 봉사와 기부라는 마음의 가치를 더 높이고 싶은 날들이다.

어린이날에는 아직도 학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손을 잡고 푸르른 들과 산으로 또 강과 바닷가로 나들이하며 티 없이 맑은 영혼을 길러 줬을 테다. 점점 핵가족화되는 사회현상에서 옛과 같은 부모님들의 체온을 느끼지 못하니 어버이날이나마 소담스러운 선물 마련하여 찾아뵙고 가족의 정을 느꼈을 것이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40여 년을 교직에 몸을 담고 보니 스승의 날에 대한 감회가 깊다. 학생들은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음료수랑 작은 선물도 책상 위에 놓고 갔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라는 희한한 말 속에 선생님에게는 꽃 한 송이도 드리지 않는다는 서글픈 현실에 교사는 오월이면 우울해지고 교단은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사제간의 사랑은 부모 사랑만큼이나 소중하다. 참된 가르침과 배움이 진정 사랑인 것이다.

성년의 날은 셋째 주 월요일. 만 19세가 됨을 축하하며 독립된 인격체로서 대해주고 그에 따른 사회구성원의 책무를 다하도록 하는 날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남자에게는 갓을 씌워주고 여자들에게는 비녀를 꽂아주는 관례와 계례 등의 성인식을 치루었지만 요즘은 몇몇 곳에서만 한다니 되돌아볼 일이다.

21일 부부의 날은 화목한 가정을 위해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으며, 둘(2)이 합쳐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어쨌든 사회의 출발은 가정이니 이혼율이 증가하는 요즘 새로운 사회가정교육이 필요하리라 본다.

또 있다. 입양의 날, 11일이다. 한 가정이 한 명의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로 정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나라’를 위해 지난 10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고도 미혼모를 보는 사회의 인식 탓인지 해외입양 세계 4위- ‘아동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인권후진국 오명을 빨리 벗어야겠다는 것이 가정의 달 5월을 맞는 또 다른 바람이기도 하다.

감사의 달 오월에는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써서 잊고 있었던 지인들에게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