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학생 중에 학교에서 코로나로 확진되면 어떻게 해? 그러면 그 학생은 왕따가 되잖아. 그 학생 잘못이 아니잖아. 그 학생은 학교에 다닐 수 있겠어? 그 학생 어떻게 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등교 개학 뉴스를 보고 아직 교문에 발도 못 들인 중학교 1학년 아이가 보인 첫 반응이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순간도 입에서 놓지 않는 아이이다.

그런데 반응이 바뀌었다. 아침을 먹다 말고 숟가락까지 내려놓고 아이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답을 기다렸다. 어떻게든 얼버무려 보려 했지만, 아이의 기다림은 단호했다.

“온라인 수업에 늦겠습니다. 빨리 드시고 접속하시죠.”

“아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진짜 그 학생은 어떻게 하냐니까?”

아이의 눈은 간절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아이의 걱정을 덜어 줄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답이든 해야 할 것 같아 필자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맞아. 그건 그 학생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필자의 말에 아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빠는 잘 몰라!”

아이는 표정으로 필자가 틀렸음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온라인 수업 출석 체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냥 두었다. 아이의 말대로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교육부에서는 등교 개학 후 일어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학교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까지 실시했다. 물론 꼭 필요한 훈련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감염병 발생에 따른 대응만 나와 있지 발생 후 최초 확진 학생 보호에 관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발병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일어나는 코로나19 발병 양상은 이전과는 다르다. 무증상자와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확진자가 많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 발병 전까지 한동안 국내 확진자 수는 0이었다. 그래서 방역 체계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했다. 축배는 거기까지였다. 역시 바이러스는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걱정이다. 많은 학교의 1학기 중간고사 실시 시기가 6월 셋째 주 정도이다. 그 기간에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시험 강행 아니면 연기! 어떤 선택이든 확진 학생은 전교생의 관심 대상이 된다. 그 관심이 조금이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학생은 어떻게 될까!

다음은 지난주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를 방문한 대통령 관련 뉴스에 나온 내용이다. “걱정이 아주 크실 것 같아 점검차 학교를 방문하게 됐다. 와서 보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대통령께 묻고 싶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등교 개학 이후 학생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해당 학생이 심리적으로 고립감을 가지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라고 청와대 대변인은 말했지만, 과연 학교 현장에는 그 준비가 되어 있을까? 분명한 것은 교육 당국의 매뉴얼에는 ‘코로나 왕따’ 예방과 관련된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