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수

(….)

새들은 마치 이 신성한 광경을

나직한 소리로 예찬이라도 하듯이

벚나무 사이를 날며 노래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내 온 길로 하나같이

다시 되돌아가 버리고 말

저 침묵의 눈부신 보푸라기들

엄동을 견디며 벚나무는 겨우내 깊은 침묵에 들었을지 모른다. 어느 이른 봄날 벚나무는 하얗게 곱고 눈부신 꽃을 터뜨리는데 시인은 그 경이로움을 반어적으로 보푸라기라고 말하고 있다. 만개한 벚꽃 사이를 날면서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노래하는 새들은 생명의 봄을 예찬하는 시인의 마음이 이입된 존재일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