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정면으로 비판해 파장을 낳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면서 “28년간 참석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논란은 즉각적으로 정치권 등에서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의 외침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회견 도중 언급한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 대목은 ‘찡’한 감동을 부른다.

이용수 할머니가 누구인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서 위안부 피해자 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분이시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할머니의 발언 중 “성금이 할머니들에게 쓰인 적은 없다”고 주장한 대목에만 집착한다. 수십 년 전 영수증까지 제시하며 할머니를 노망든 노인네 취급을 하려고 든다.

정치권의 멱살잡이는 더 한심하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에게 불똥이 튈세라 역성을 들고 나서는 중이다.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의 공작이라는 음모설까지 퍼트리는 중이다. 2015년 당시 한일합의 인지 여부와 관련, 외교부 차관을 지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까지 끌어들여 확전을 꾀하고 있다.

할머니가 던진 ‘증오보다는 화해’라는 화두는 지난 2007년 본인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위안부 피해 상황을 증언했던 때와 달리 이제 세계적으로 공론화된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린다. 곁에서 수십 년 분노와 증오를 부채질해온 윤미향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고 떠나자 할머니가 서운함과 함께 비로소 어떤 깨달음에 이른 것은 아닐까. 피해 당사자가 직접 언급한 ‘화해’의 가치를 짓뭉개서는 안 된다. 기자회견 날 이용수 할머니는 마스크 수백 장이 든 상자를 가져와 일본에 기부하겠다고 했다니 가슴이 더욱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