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러스, 환호·탄식 등 사전녹음
경기 상황 맞춰 재생 현장감 살려
선수·시청자 “생동감 있어 좋아”

“무관중 경기라는데 왜 응원소리가 들리죠? 누가 경기장에 갔나요?”

지난 10일 포항스틸러스와 부산아이파크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경기를 인터넷으로 보고 있던 한 누리꾼의 댓글이 올라왔다. 이날 포항스틸야드에서 진행된 경기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그러나 인터넷 등을 통해 중계된 영상에서는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포항의 홈인만큼, 포항의 역습 찬스일 때는 호응이 나왔고, 반칙으로 선수가 넘어졌을 때는 안타까운 탄성과 야유가 나왔다. 중간중간 ‘위 아 스틸러스(We are Steelers)’와 같은 포항스틸러스의 대표적인 구호와 응원가를 비롯해 해병대의 군가인 ‘팔각모사나이’까지 오디오를 통해 경기장에 울렸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소리는 모두 사전에 녹음된 ‘가짜’다. 포항스틸러스 관계자는 “지난 시즌 울산현대와의 동해안더비 때 녹음된 경기 상황을 틀었다”면서 “선수들이 무관중에 어색해하지 않고, 잘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보다는 1∼2초 정도 느리게 탄식이나 환호가 나왔다. 사전경기에서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역동적인 선수의 움직임을 따라가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스틸러스 구단 홍보 담당자가 녹음된 파일을 수작업으로 트는 만큼 ‘딜레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응은 의외로 괜찮다. 포항스틸러스 팬인 최영민(31) 씨는 “휴대폰으로 경기를 봤는데 실제로 경기장에 사람들이 응원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서 “무관중경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더 생동감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 역시 “예행연습을 거친 결과 선수들한테 도움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실제 경기와 비교하면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좋았다. 조용하게 경기하는 것보다 훨씬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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