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창 환

방둑 위로 이어진 길이다

저 길 끝 읍내 불빛들이 손에 잡힐 듯 아득하다

아무도 없이 혼자 걸어온 길이

눈발이고 선 갈대처럼 휘청 굽은 채

어둠 저편으로 빠르게 묻혀 간다

얼음을 벗은 깡마른 시내가

뱀 허물처럼 건기의 모래밭을 빠져나가고

따스한 입춘 바람이 볼에 닿다

어릴 적 캄캄한 밤중 마당귀에 쏘아 올린

둥근 오줌발에 걸리던 별들이 그 자리에 떠 있다 (….)

별 같은 사람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던 때가 있었다

그땐 나도 누군가의 작고 작은 별이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열고 닫아 온 길

길 찾는 이에게 길은 앞으로만 이어질 뿐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보이지 않았다

시인은 평생 캄캄한 밤길을 걸어왔는지 모른다. 교육현장에서 참교육 실현을 위해 싸우다 해직당하여 캄캄한 어두운 밤길 같은 현실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눈발과 얼음에 묻힌 밤길에서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유년의 하늘에 돋아났던 별들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별이 밤길 같은 오늘의 우리 교육 현실을 밝혀 이끌어줄 원동력이라고 믿는 시인의 현실인식에 깊이 공감하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