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것으로는 네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천수(天壽)다. 천수는 하늘이 정해준 수명, 곧 천명(天命)이다. 천수를 누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꿈꾸어 온 가장 큰 염원 중 하나였다. 동양의 도교에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신선이 되어 장생불사하고자 불로초, 선약 등을 찾아 헤맸고, 서양에서도 17세기 독일 의학자 안드레아스 리바비우스가 젊은이의 동맥을 늙은이에게 연결해 회춘하려는 실험을 행한 바 있다. 비록 혈액 관계에 대한 무지로 많은 사망자를 냈지만 이는 모두 천수를 누리고픈 인간 욕망의 한 단면들이다.

하늘이 주는 또 다른 하나는 천운(天運)이다. 천운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으로 이것은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니 바꿀 수 없는 ‘팔자’다. 내가 여자 혹은 남자로 태어난 것, 내 부모, 내 형제, 자매 등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다. 다 하늘에서 이미 결정된 일들인 까닭에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누군가 큰 일을 해내거나 하면 ‘천운을 타고났다’고들 말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기에 하늘이 준 운명이 아니고서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좋은 천운을 타고나는 것 또한 인간이 꿈꾸고 바라는 것이다.

하늘이 주는 또 다른 것으로는 천복(天福)이 있다. 명심보감 ‘계선편’에는 ‘착한 일을 하는 이에게는 하늘이 복으로 갚아준다’는 공자의 명언이 등장한다. 이미 고칠 수 없는 타고난 팔자이니 인간사 어쩔 수 없다 한다면 얼마나 한평생이 암울할까. 이런 한탄으로 생을 마감하는 대신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고 극복하면 하늘은 그러한 사람에게 합당한 복을 주니 좌절하지 말라는 기막힌 의미가 바로 ‘천복’에 담겨 있다. 즉,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선량한 이들에게 언젠가 하늘이 주는 복, 그렇기에 이 또한 누구나 희구하는 욕망 중 하나이다. 하늘이 주는 마지막 하나는 바로 천벌(天罰)이다. 천벌은 누구나 받기를 꺼려 하는 것이고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옛날 사냥꾼들은 잠자는 짐승을 죽이지 않았다. 이는 아무리 급해도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뒤에서 공격하고 칼을 꽂는 비열한 짓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긴 까닭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어진 마음을 저버리고 인간의 도리를 잃게 되면 하늘로부터 내리는 천벌을 막을 길이 없다. 똑바로 살려고 하는 사람을 괜히 질투하고 미워하여 이유 없이 깔아뭉개면 그 화살은 언젠간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남의 등에 칼 꽂으려다 자기 등에 ‘하늘의 칼’이 꽂히는 것을 모르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바야흐로 5월이다. 총선도 끝나고 다들 ‘민심’이 천심이라며 겉으로는 목청 높여 떠들면서 실상은 그들의 ‘진심’을 헤아리는 대신 이미지 관리, ‘표심’ 잡기 등에만 여념 없던 정치인들. 천수, 천운, 천복을 바라며 권력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아는지 모르겠다. 경제가 파탄 나고 분노한 민심이 하늘에 닿아 ‘천벌’이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쪼록 누가 권력을 잡든, 다들 천벌 받기 전에 부디 민심을 잘 헤아리는 현명한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