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의 긴 연휴를 맞아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신록의 물결이 넘실대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이나 해변의 자전거길을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서울~춘천까지의 북한강자전거길, 고성~영덕까지의 동해안자전거길을 4일 동안 약 500km를 달리면서 우리나라의 강과 산, 호수와 바다의 아름다운 정경을 한껏 눈과 가슴에 담은 유쾌한 여정이었다. 이렇듯 여행은 새로운 볼거리와 느낌으로 감흥을 더해준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일까? 아니면 알지 못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인식과 체험일까? 여행에 대한 많은 정의와 관점이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여’기에서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삶이건 잠시 집을 떠난 이색적인 만남이건 그 모두가 처해진 거기에서 새로움과 만족을 느낀다면 그 자체가 여행이고 행복이 아닐 듯 싶다. 그래서 혹자는 삶은 끊임없는 여행이라 했던가. 하루하루 새롭고 달라지는 일상일지라도 먼 훗날 되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삶의 여행에 한 순간 같은 편린이 아닐 수 없으리라.

비슷한 여행이라도 당사자의 주관이나 취향에 따라 여행의 느낌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의 버스나 자동차, 기차여행은 거의 목적지에서의 집중적인 관광만 가능하다. 반면 땅을 직접 밟으며 산천의 초목과 생물을 접하고 듣고 냄새 맡으면서 천천히 이뤄가는 도보여행은 많은 것들을 느끼지만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자전거로 떠나는 두 바퀴 여행은 수시로 더디거나 빠르게 주위의 풍경을 담을 수 있고, 때에 따라선 명소나 유적지를 여유롭게 탐방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일상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삶과 일, 쉼의 균형을 이뤄가듯이 자전거 여행을 애써 즐기는지도 모른다.

수 년째 아들과 자전거 여행을 해왔지만, 강 언저리와 바닷가를 연이어서 아들과 함께 누비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팔당호에서 의암호까지 이어지는 한적하고 그림같은 풍경들, 간간이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고 나름의 보법으로 도보여행을 하거나, 아들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단체 라이딩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통일전망대에서 영덕까지 이르는 동해안자전거길은 파도와 바람소리, 새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의 연속이었다. 거기에 오르막이 심한 언덕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와 내리막길의 짜릿한 속도감과 진동은 형언 못할 전율 그 자체라고나 할까?

초여름 같은 날씨라서 그런지 동해안 곳곳에는 정말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캠핑족들이 붐볐다. 갑갑했던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루하고 절제된 일상에서의 탈출같은 몸짓이랄까, 움츠러진 삶을 펴고 음울함을 환기(喚起)하려는 마음으로 어쩌면 그들과 나는 잠시나마 집을 나선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행은 즐겁고 설레며 일상의 쉼표같은 것,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다. 두 바퀴를 굴리면서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만나고,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으며 독서하듯 찬찬히 자연을 읽은 행복한 느낌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