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해 말 어느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여교수가 식사 중 카톡을 보더니 북한에서 쿠데타가 났다고 전했다. 식사 하던 사람이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단번에 그것이 ‘가짜 뉴스’임을 직감했다. 주변에는 북한 관련 이런 식의 ‘가짜 뉴스’가 상당히 많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생시 사망보도는 여러 번 있었다. 이번에는 미국의 CNN까지 김정은의 중병설을 흘려보냈다. 탈북 국회의원 당선자 지성호까지 ‘김정은 99% 사망설’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김정은의 깜짝 등장에 모두가 놀라고 발설자도 언론도 모두 망신을 당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도 북한 사회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접근의 한계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정보를 엄격히 통제한다.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출생연도, 자녀 출생여부까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다행히 남한에는 북한관련 연구기관과 정보에 밝은 연구자도 많다. 여러 해 전 박사논문을 쓴다는 어느 폴란드 대학원생이 나를 찾아 왔다. 그의 연구 주제는 ‘북한 일인 체제 장기 유지 배경’이었다. 그는 평양에 1년 체류했어도 북한체제는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이러한 궁금증이 가짜 뉴스의 기본 진원이 되고 있다.

또한 북한 관련 가짜 뉴스는 한국정치에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건국 초기의 용공 조작에서부터 좌익 관련 흑색선전은 아직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해방 후 대선에서 조봉암의 보안법 위반 사건, 2002년 대선의 ‘병풍사건’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골동품이 된 맥카시즘이 한국정치에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북한 관련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는 아직도 상대에 대한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가짜 뉴스가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관한 우리의 객관적인 시각을 흐트려 놓는다. 북한 관련 허위보도나 추측 보도는 종종 사회적 갈등만 야기한다. 우리 사회에는 민족 통일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북한 정권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분단국의 냉전적 반북적 사고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보수 정당의 참패는 시대에 뒤진 극우 이념의 결과라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가짜 뉴스나 추측 보도, 오보 등은 결국 민족의 화해에 역행하고 분단고착화의 수단이 될 뿐이다.

이 사회에 수시로 등장하는 북한관련 가짜 뉴스를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정파적 이해에 따라 확산되는 가짜 뉴스 전반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부 보수 언론의 편파보도, 안보 상업주의, 오보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개인이나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관련법도 만들고 단속 전담팀이 구성되어 있다.

우리도 가짜 뉴스의 생산자 뿐 아니라 전달자도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가짜 뉴스 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형법상의 사이버 범죄 수사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번 국회는 가짜 뉴스 방지를 위한 입법부터 선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