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해마다 시고 떫고 맛없는 과일만 생산하면서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한심한 과수원에 비유된다. 참으로 기막힌 것은, 혁신의 핵심인 과수(果樹)의 품종개량에는 관심이 없고 바보처럼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고대한다는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허접한 고목들마저 용기 있게 베어내지 못하는 모습이 딱하기 그지없다.

미래통합당 새 원내대표에 5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이 선출되면서 제1야당의 새로운 길이 주목받고 있다. 제일 큰 관심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도입 여부다. ‘정족수 미달’ 작전이라는 유치한 몽니 수법을 동원해 상임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 정치꾼들의 행태는 절망적인 구태였다. 총회 격인 전국위가 김종인 비대위를 용인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더더욱 같잖은 작태 아니었던가.

내외부에 산재한 문제들을 톺아보면 통합당은 일부 당내 명망가들의 장난질이 난무할 ‘자강론’ 따위의 대안으론 어림없어 보인다. 주호영과 김종인이 투톱(Two top) 형태로 이끌면서 역할분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원내대표 주호영은 공룡이 돼버린 여당을 상대하는 일만으로도 버겁고 또 버거울 것이다. 시대에 맞는 이념좌표를 설정하여 당을 혁신하고, 미래비전을 만들고, 새로운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일은 김종인 비대위에 맡기는 게 옳다.

190석을 헤아리는 의석을 거느리고 연일 으르릉거리는 골리앗 여당의 가공할 힘에 맞설 지혜를 양치기 소년 ‘다윗의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리기 위해 들고 나선 무기는 양을 지킬 때 쓰는 지팡이와 물매, 그리고 돌 몇 개뿐이었다. 물리력으로 민주당을 막아서겠다는 구닥다리 발상일랑 아예 접어야 한다. 철저하게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통합당이 다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이념좌표 설정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진작부터 ‘중도실용’, ‘진보 우파’ 등의 대안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썩은 고목들이 떠들어대는 ‘꼴통보수’의 퀴퀴한 이론에 함몰돼 자멸의 뻘밭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아니, 지금 못 바꾸면 정말 끝장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더이상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넘겨줘선 안 된다.

주호영은 국민을 감동시킬 최고의 정책들을 단단한 조약돌로 들고 나서서 골리앗 민주당의 급소를 정확하게 겨냥해야 한다. 김종인은 지혜의 칼을 움켜쥐고 시장이 진작 퇴출한 맛없는 과일들이나 생산하는 철 지난 과목(果木)들부터 모조리 베어내고, 새로운 이념좌표를 세우는 품종개량 작업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통합당이 비로소 ‘미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달라진 정치지형 속에서, 주호영의 슬기로운 대응과 김종인의 용단이 빈사 상태의 제1야당을 잘 살려내길 기대한다. 많은 이들이 지난 4·15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유세장에서 보았던 노정객 김종인의 뜨거운 눈물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