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자부담금 대납 사찰에
선금계획서만 보고 조기 집행
담당공무원 “대형사찰이라 믿어”

속보=경북의 모 사찰(寺刹)의 전(前) 주지 스님이 건설 업체에 수억원의 자부담을 대납시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본지 6일자 5면 보도> 가운데 당시 담당 공무원이 선금계획서만을 보고 자부담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이 사업을 담당했던 A공무원에 따르면 이 사찰의 문화템플관 조성 사업 예산은 49억5천만원(도·지방 보조금 30억원,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자부담 15억원, 사찰 자부담 4억5천만원)으로 보조금의 70%인 21억원의 선금을 2013년 3월 8일에 지급했다.

당시 지급된 선금은 사찰에서 작성한 선금계획서와 자부담을 이른 시일 내에 입금하는 조건이었으며, 교부신청서가 접수된 바로 다음 날 지급됐다.

통상 보조금 교부조건에는 자부담금 선집행이 따라야 하지만, 21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선금계획서와 자부담 집행 구두 약속만 믿고 집행한 셈이다.

특히 이 사찰의 전 주지 스님은 보조금으로 받은 21억원 가운데 13억원을 사업을 맡은 건설업체에 선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 건설사는 선금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처리 돼 돈의 흐름에 석연치 않은 의문점을 남겼다. 앞서 건설업체가 13억원의 선금을 받기 전 사찰 명의의 통장에 1억5천만원을 입금한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공무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라 정책이 잘못된 것이 많다. 지자체에서 우선 선금을 조기 집행하라는 압박과 함께 이를 통해 업무 평가를 해서 서둘러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선금계획서가 확실했고 대형 사찰이기 때문에 믿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부담 선집행이 원칙이지만 당시 분위기 자체가 조기 집행을 서둘러 했다”며 “자신이 자부담 선집행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자신의 치부를 털어놓으면서 보조금 집행에서의 선금계획서 제도 개선에 힘이 실리는 데다 경찰 수사의 폭도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 권모씨(57)는 “아무리 대형 사찰이라고 하지만 지자체가 뭐를 믿고 수십억 원이나 되는 국민 혈세를 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조기집행이 당장 지역 경제 활성화에 득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막 퍼주기식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병현기자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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