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보수야당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막막해 보인다. 더구나 4·15총선에서 과반의석도 지키지 못한 통합당을 전폭 지지한 대구·경북민들은 더욱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 돈이 될 만한 4차산업 중점사업들은 모조리 호남지역이나 충청지역으로 배정되고 만다.

차세대 다목적방사광 가속기 후보지로 신청한 포항지역이 탈락하고,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가 후보지로 선정된 것이 이같은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한다. 호남지역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니 말할 게 없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하는 충청권에도 그럴듯한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실적으로 표심을 끌겠다는 복안이 깔려있어 보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방사광가속기와 관련, 경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긴급 미팅을 갖고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힘써줄 것을 요청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경북지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후보지 탈락 직후 이 지사가 밝힌 입장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지역은 1994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건립된 이후 25년간 가속기 운영에 필요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숙련된 엔지니어와 연구원 등 가속기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새롭게 유치된다면 명실공히 가속기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정부에서도 오로지 국가 과학기술연구와 산업발전을 고려한다면 경북 포항이 최적지가 될 것이란 점엔 동의했으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이러니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결과라는 심증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임기완료를 앞둔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당의 가장 큰 패인은 정권의 현금 살포였다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선거 이틀 전부터 아동수당을 40만 원씩 뿌려댔고, 코로나 지원금을 4월 말부터 신청하라며 대통령부터 나서서 100만 원씩 준다고 했고, 기획재정부에서 50%로 잡았던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며 “앞으로는 모든 선거를 앞두고 정책과 제도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어 어설픈 세대교체를 앞세운 공천 실패와 막말 파문, 황교안 전 대표의 리더십 등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6일 무소속 윤상현 의원 주최로 열린‘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세미나에서 도 보수야권의 패인이 거론됐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자유’를 중요시하는 보수 세력이 왜 인권 자유와 같은 중요한 가치를 진보진영의 전유물인 것처럼 넘겨줬느냐고 질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가 나아갈 길은 진보의 가치를 배격하는 게 아니라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가 가야 할 제3의 길은 진보 우파라는 것이다.

보수의 참패에는 이유가 있다. 해답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제시된 해답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게 보수의 가장 큰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