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는 양반들이 먹고 남은 잔 밥은 그 집 하인이나 노비들이 물려받아 먹었다. 이를 물림상이라 했다. 왕궁에서도 임금님 수라상에 차려진 음식이 남으면 물림상이라 하여 궁궐 내 하인이나 관리들이 가져간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특히 임금님이 드신 음식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만큼 왕의 신임을 받는 사람으로 통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나눠 먹는 자체를 믿음과 정(情)의 표현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상차림도 상이 휘도록 했다. 위생적 측면의 고려는 없다. 밥상 한가운데 반찬을 두고 여러 사람이 젓가락질을 하며 식사하는 것은 오랜 우리의 전통문화다.

특히 찌개는 밥상 가운데 놓아두고 여러 사람이 자기가 먹던 숟가락으로 휘저어가며 먹는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식문화가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개인별로 밥과 반찬을 따로 주는 일본의 식문화와 비교하면 상차림에서 먹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문화는 독특하다 할만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새로운 변화를 우리는 뉴노멀이라 부른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지칭하는 말이다. 향후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한 용어라 하겠다.

우리의 식문화도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비위생적 식문화의 개선은 불가피하게 고쳐야 할 관습이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공기 중 비말뿐 아니라 식사 중에도 전염이 가능해 음식을 각자 접시에 덜어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상당수 직장과 요리 집에서도 각자가 반찬을 덜어먹는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종래와 같은 방식의 식문화가 주류다. 우리의 식문화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