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까지 ‘비대면’수업을 하자던 방침은 이번 학기 내내 비대면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나라들 상황 보면서 모두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5월 첫 날은 메이데이다. 그래도 학교에 나가 뭔가 일을 해보려 한다. 점심 지나 학교 캠퍼스에 당도하니, 녹색 5513번 시내버스 몇 대가 외부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5월 5일까지는 외부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생활방역으로 옮겨가겠다 하던가?

예년 같으면 3월부터 학생들로 붐볐어야 할 캠퍼스다. 그러나 모든 것이 스톱에 가까워졌다. 신입생 환영회도, 개강 모임도, 전체 교수 회의도 생략, 외국인 유학생 심사도 화상으로, 답사 행사도 2학기로 미루었다. 학교에 나와도 어딘가 쓸쓸한 기운이 감돌곤 했다.

공휴일의 캠퍼스를 천천히 걸어본다. 오늘은 캠퍼스에 붙은 산 계곡을 올라가 볼 작정이다. 산은 언제라도 좋다. 벚꽃, 목련꽃, 진달래꽃 다 지고, 철쭉 한창인 위에 산복숭아꽃 수줍고도 옅은 빛이 그늘진 산 계곡에 하늘하늘 드리웠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비대면 수업은 별로 좋지 않았다. 비대면이란 얼굴을 직접 맞대지 않는 것이니, 화상 회의 어플을 가지고 수업들을 한다. 내가 사용한 것은‘줌’이라는 것인데, 다들 이걸 쓰는 기색이다. 미국 것인데 뭔가가 중국을 경유한다던가? 위험하다, 보안이 취약하다, 말들 많다.

인터넷 인공 세계는 쏠림이 심하다. 한국산 ‘구루미’도 있다지만 한번 밀리면 상황 바꾸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더러 ‘스카이프’도 쓰기는 쓰는 모양.

산 그늘진 계곡 따라 걷는 길이 호젓해서 좋다. 아직 몹시 가물다. 물 마른 계곡 바위 사이로 건너 건너 오른다. 요즘 일들이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선거는 끝났고, 그러고도 어딘지 개운치 않고, 코로나19가 확진자 0에까지 다다른 게 천만다행이고, 북한의 수령은 살아 있었다던가? 이천에서 일어난 끔찍한 화재는 이 나라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비대면 수업은 말 이상의 의미 전달이 어려운 방식. 듣고는 있는지, 의사는 통하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다른 친교 표현들, 유머조차 여간해서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2,30분만 지나도 긴장과 스트레스가 차는 것이 꼭 요즘 세상 같다고나 할까.

계곡을 내려오니 마음은 나아졌건만 하늘은 아직도 잔뜩 찌푸렸다. 비라도 왕창 내리고 다 새로 시작해야 할 테다. 그러면 하늘이 새로 열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천만다행,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 있건만 뭔가 어딘지 석연찮기만 하다. 이 돌아가는 세상이 말이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