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 희

남풍은 북쪽

화림산 쪽으로 넘어가고

화개리로 굽어가는

강기슭에는 하마

복사꽃이 활짝 웃고 있었다

어느 봄날 출가한

누님의 울음 같은 화림산 언저리

먼 먼 전생의 구름 한 자락

유년의 아지랑이 속으로 가물대며

저문 강 쪽으로 넋으로 타고 있었다

하늘 속으로 울부짖는

슬픈 목숨처럼 타고 있었다

영덕 출신의 원로시인 이장희 시인의 감동적인 서정시 한 편을 읽는다, 시인은 복사꽃 환하게 핀 봄날, 먼 기억 속의 가슴 아픈 서사 하나를 꺼내 화림산 언저리에 얹고 있다. 시집가면서 돌아보며 울던 누님의 눈물방울 같은 봄꽃 핀 하늘가에서 저문 강 쪽으로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누이를 그리는 노 시인의 젖은 눈가를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