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둔 가정 코로나 걱정
최근 경제 피폐에 용돈도 부담
요양병원 등은 아예 방문 못 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게 된 오는 8일 어버이날 풍경은 예년과 달라질 전망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서 정부 방역지침이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막상 장거리 이동이나 식사 모임은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타향살이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먼저 “오지 마라”며 말리기도 하지만, 자녀들은 섭섭해할 부모가 걱정되면서도 감염 우려에 방문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어버이날 풍경은 가구 형태에 따라 갈릴 분위기다. 자녀 혼자 생활 중이거나 신혼부부와 같은 젊은 층에서는 부모를 찾아뵙겠다는 이들이 많은 반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방문을 주저하고 있다.

5세, 8세 자녀를 둔 주부 한모(42·포항시 북구)씨는 “시댁과 친정이 모두 대구에 있는 데다 애들 둘 다 호흡기가 좋지 않아 이번 어버이날은 부모님께 용돈만 보내드리기로 했다”면서 “다행히 양가 부모님이 먼저 ‘이번 연휴에 오지 마라’고 해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서울이 고향인 직장인 권모(34·포항시 남구) 씨는 “지난 1월 설 명절 이후로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해 미리 KTX표를 예매해뒀다”며 “어버이날 다음 날이 주말이기도 해 부담없이 다녀올 생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하는 게 감염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식구들과 집밥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느냐 마느냐’는 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신 자녀에겐 그저 ‘행복한 고민’이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 집단시설에 해당돼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 방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할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라는 게 정부 지침이다.

포항시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 아버지가 입원 중인 김모(55·포항시 남구)씨는 “자주 갈 땐 일주일에 두세 번도 갔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못 뵌 지 넉 달째”라며 “말씀은 안 하셔도 어버이날인데 가족들 못 보면 아버지가 많이 서운해하실 것 같아 반찬 몇 가지 챙겨서 직원에게 전해 달라고 하고 병원 앞에서 전화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지역 맘카페에서는 김씨처럼 부모를 직접 만나지 못할 경우 꽃바구니나 떡 케이크를 배달 주문하거나 온라인 송금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이마저도 부담된다는 자녀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서는 다가오는 어버이날이 반갑지만은 않다. 선물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용돈은 얼마를 드려야 할지도 걱정거리다.

포항시 오천읍 문덕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49)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가게에 손님은커녕 배달 주문도 크게 줄어 수입이 일정치 않아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하다”며 “어버이날은 코앞인데 양가 부모님 용돈 고민에 며칠째 마음이 불편하다. 지금 당장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힘들어 올해는 영양제만 드리려고 하는데 너무 간소해 부모님이 서운해하실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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