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애 숙

생전에 단 한 번도 꺼내놓지 못한 마음

단정하게 말라가며 고백합니다

백일홍같이 매끈한 허리에 감기고 싶었고

새벽별같이 푸르게 빛나던 그 눈에 빠지고 싶었고

장삼자락 휘날리던 그 바람 속에 감기고 싶었고

그 어진 미소 속에 나를 묶어두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행여 놓으며

당신 영영 산문으로 접어 들까 봐

아무도 몰래

가슴에 옹이로 남겨놓았는데

제가 먼저 이곳에 누울 줄 알았다면

당신 등 뒤에 풍경소리라도 남기고 올걸

초분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없어 더 아픕니다

광주의 서정시인 서애숙의 연작시 ‘죽림풍장’ 중의 한 편이다. 풍장(風葬)은 주검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장례방식 중의 하나인데 자연 속에서 주검이 육탈하는 과정이 느리고 시간이 걸리지만, 지극히 자연스러운 제의(祭儀)인 것이다. 자신은 소멸해가면서도 이승에서의 사랑의 곡진함이 묻어나고, 못내 아쉬움을 토로하는 망자(亡者)의 가슴 아픈 영혼의 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