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가족은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다.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에서 밝고 안전한 사회가 비롯되는 이유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일원이 된다.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성장기간이 긴 사람의 자식은 20년이 넘도록 다른 가족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사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가족과 가정은 사람의 성장환경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길러져야 원만한 인격체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로 바뀌면서 가족의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3, 4대가 한 집안에 모여 살던 대가족에서 소가족 혹은 핵가족의 형태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가족 간의 유대나 역할도 적잖이 변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나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식들에 현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이혼율까지 높아지면서 가정의 붕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상치 않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물론 인성이나 가치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갈 징조마저 보인다. 시대에 따른 불가피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할 것 같다.
20세기에 들어 우리 민족의 가족사에는 크나큰 비극이 있었다. 남북 분단과 동족상잔 전쟁으로 생이별한 천만 이산가족의 상처와, 헐벗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수많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아픔이 그것이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이산의 당사자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가족이 많은 것 같다.
갑질과 분노조절장애를 대물림한 듯한 행태를 보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느 재벌가의 가족이나, 자식들의 출세를 위해서는 거짓과 부정도 서슴지 않는 유명 교수 부부의 가족들이 그랬다.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들도 모두 일그러진 가족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기주의를 가족 사랑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자식 내 가족을 위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이나 비리도 불사하겠다는 사고방식이 결국에는 자식들과 가정을 망치게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본다.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은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물질만능과 출세지향적인 가족이기주의가 재산문제로 형제끼리 이전투구를 벌이고 심지어는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참극을 빚기도 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이십여 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성장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가족애가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진정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야 가정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굳건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