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사뭇 긴 터널이었다.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모두 긴장하였다. 감염위험을 가까이 두고 아슬아슬하게 지낸 몇 달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텅빈 도시와 썰렁한 교실, 손님없는 음식점과 관객없는 극장은 현대 문명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얼마나 속절없이 무너지는지를 보여 주었다. 위기 앞에 유난히 강한 국민은 이번에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슬기를 보여 주었다.

세계가 놀라는 여러 기록을 남기며 우리는 서서히 위기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학교가 문을 열고 학생들을 맞는다. 장터에 활기가 넘치고 휴가 행렬에 다시 봄기운이 돋는다. 신규확진자 발생이 현저히 줄었으며 뉴노멀(New normal)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세계는 아직 몸살 중이지만, 대한민국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이래도 되는가 싶다. 북적이는 도심이 돌아오고 사람 많은 공원을 다시 만나지만, 벌써 이래도 되는가 걱정이다. 국내는 진정국면이라 해도 다른 나라들 상황은 아직 어렵다. 감염 추세가 한풀 꺾였던 싱가포르에 코로나19가 다시 무섭게 번지는 걸 보아도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개발도상국가들에 새롭게 번져가는 양상도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집안에 웅크렸던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니 반가우면서도 혹시나 싶은 걱정이 마음에 걸린다. 경제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과제가 보이지만, 모든 문을 활짝 여는 일은 너무 이르지 않을까. 아이들을 등교시키면서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여야 할까. 지역의 오일장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들일까. 동굴처럼 길었던 격리된 일상이 자연스럽지 못하긴 해도, 헤쳐나온 터널 끝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세상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 하지 않는가. 생활 속 거리두기와 상대방 배려하기, 온라인교실과 원격소통방식, 달라질 공연과 스포츠문화,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다가올 세계질서와 판도의 재구성, 사이버와 온라인의 본격적 자리매김, 달라질 소비문화와 변해갈 레저환경, 급변할 경제환경과 이미 달라지는 외교관계, 급변할 의료환경과 질병 간 우선순위, 글로벌 소통과 협력양태의 변화, 시민들이 새롭게 새길 국가의 역할, 변해갈 사람 간 관계형성과 유지방식, 다르게 해석해야 할 과학문명의 의미와 새롭게 평가해야 할 자연환경의 가치, 노동시장과 상거래방식의 변모.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남길 생각거리와 담론과제가 차고도 넘친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양이면 사려깊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터널은 빠져나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총, 균, 쇠’에서 총이 대변하는 전쟁과 쇠가 상징하는 문명과 함께 균으로 표현되는 질병이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왔다고 하였다. 겪고 보니 바이러스가 전쟁이나 문명보다 의미심장한 변화를 불러오는 게 아닌가. 터널을 잘 빠져나가야 한다. 터널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터널 밖 세상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 생각깊은 지혜를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