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여중 축구부 우승 감동실화
영화 ‘슈팅걸스’ 오늘 개봉
제주도·이주노동자·서핑 이야기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14일 개봉

‘슈팅걸스’. /영화사오원 제공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힐링 영화들이 온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젊고 불안한 청춘들의 소박한 날갯짓을 담은 작품들이다.

◇ 삼례여중 감동 실화 ‘슈팅걸스’

6일 개봉하는 ‘슈팅걸스’는 단 13명의 선수로 2009년 여왕기 전국대회 우승 기적을 일군 전북 삼례여중 축구부의 감동 실화를 다룬다.

밑창이 다 떨어진 축구화를 신고, 다쳐도 교체할 선수조차 없는 시골 학교 축구부. 한골은 커녕 경기 내내 하프라인조차 넘지 못하지만, 축구에 대한 선수들의 열정만큼은 월드컵 우승감이다. 축구화를 신은 소녀들은 다들 아픈 가정사가 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제각각 사연과 고민을 안고 산다. 이들은 때로 방황하고 학교와 부모, 세상에 반항도 하지만, 축구 앞에서는 똘똘 뭉친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축구부를 이끈 고 김수철 감독의 리더십이다. 실업팀 감독으로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왕년의 축구 스타 김 감독은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을 건성으로 가르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불성실한 지도에 축구부 성적이 좋아질 리가 만무하다. 결국 사표까지 쓴 그는 과거 가장 빛나던 순간이 담긴 사진첩을 본 뒤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된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인다.

전형적인 성장 영화 공식을 따른다. 서사 역시 실화를 요약하는 한 줄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캐릭터는 도식적이고 극적 우승을 끌어내는 과정도 밋밋하다. 하지만, 존재 그 자체로 빛나는 풋풋한 아이들과 감독이 티격태격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는 훈훈함이 느껴진다.

2015년 촬영을 시작해 개봉까지 5년이 걸렸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배효민 감독은 “불우한 가정환경에 좌절하고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 온기와 시원함 동시에 주는 ‘파도를 걷는 소년’

오는 14일 선보이는 ‘파도를 걷는 소년’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이주 노동자와 서핑이라는 소재를 결합한 작품이다. 현실에 발을 내디디고 사회 문제를 녹여내면서도 푸른 바다의 청량감과 햇살의 온기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하는 중국 교포 2세인 김수(곽민규 분). 폭력 전과로 출소한 뒤 사회봉사로 해안을 청소하다 바다 위에서 서핑하는 서퍼들의 모습에 빠진다.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부러진 보드를 주운 그는 보드를 수선해 바다로 뛰어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퍼 해나는 서핑을 배울 것을 권유한다. 처음에는 파도 위를 부유하는 보드처럼 방황하던 수는 서핑을 접한 뒤 조금씩 변화한다. 서핑, 혹은 뭔가를 잘해보고 싶다는 열망은 그를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고,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게 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법과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법을 동시에 배우게 된 것이다.

영화 속 제주도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불법 취업과 이주 노동자들의 삶 등 낭만과 휴양의 섬 제주도의 이면을 담아서다. 그래서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카메라 시선도 관조적이면서 담백하다. 수에게서 한 발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되, 서두르지 않는다. 때로 정지화면처럼 보일 정도로 그 순간을 오롯이 담아낸다. 악인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쿨하다. 속내나 사연을 함부로 캐묻지 않는다. 온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내가 사는 세상’(2018)의 최창환 감독 신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고 만드는 1년간 제주로 이주해 생활했다. 제주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오롯이 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많은 서퍼를 만나고 서핑도 배웠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수를 돕는 서프숍 주인은 실제로 ‘소년회’라는 서핑 크루(그룹)에 속한 서퍼로, 비전문 배우다. 그래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든다. 수역을 맡은 배우 곽민규의 잔잔한 파도 같은 연기가 든든하게 뒷받침된 덕분이다. 2019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