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고용보험제도’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다. 청와대가 던지고 기획재정부가 화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 제도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다가 가공할 코로나 불경기로 신음하고 있는 기업들이 제도를 소화할 여력이 남아있느냐가 문제다. 제아무리 가야 할 길이라도 갈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한낱 정쟁거리로 추락시켜 한심한 정치공방이나 벌이는 구태를 벌이지는 말아야 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1천300만 명인데 나머지 약 1천500만 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이에 화답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보험 가입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고용보험 제도 밖에 있어 실업급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자영업자, 건설 일용직,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등이다. 고용주가 없는 자영업자와 특수형태 근로자는 각각 405만 명과 220만 명에 이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49.4%에 불과했다. 전체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45.6%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실업자가 실업급여를 못 받는 셈이다.

관건은 역시 재원이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 측이 월 급여의 일정 비율로 절반씩 부담한다.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전국민고용보험’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은 부인할 이유가 없다. 그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선 정치권의 합심이 중요하다. 일체의 ‘정파적 관점’을 배제하고 신실한 자세로 대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마땅할 것이다. 달라진 세상에서 국민은 달라진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