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포항 철강금속업계의 즉각적인 변화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포항시 남구 대이동 주민들이 최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포항 철강금속업계의 즉각적인 변화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포항시 남구 대이동 주민들이 최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

우리나라가 생활방역체계로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과 달리 최근 일본은 긴급사태를 선언한 상태에서 기존의 3밀 회피(밀폐공간, 밀집장소, 밀접장면)와 기본적인 감염대책(손씻고, 기침할 때 가리고, 환기하기 등)을 유지하면서도 지켜야할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22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80% 줄이는 10대 포인트’라는 지침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1) 영상통화로 온라인 귀향, 2) 슈퍼는 1인 또는 소수 인원으로 덜 혼잡한 시기에 이용, 3) 조깅이나 산책은 소수로 공원은 비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 4) 필요한 물품은 온라인 통신판매를 이용, 5) 회식 등도 온라인으로 각자 공간에서, 6) 진료는 원격진료로 대체하고 정기검진은 간격을 조정, 7) 헬스, 요가 등은 자택에서 동영상을 활용, 8) 음식은 식당에서 포장하거나 배달, 9) 의료, 인프라, 물류 등 사회기능 유지를 위한 목적을 제외하고는 재택 근무, 10) 마스크 착용 상태로 대화하기다. 전체적인 흐름은 역시 비대면, 비접촉을 생활화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는 각국의 사정과 상황에 맞게 현재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는 고민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과거 아시아통화위기는 미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가, 이번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위기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최적지가 동남아시아나 인도라며 그것을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꼽기도 한다. 이처럼 그 방법이 어떠한 것이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지금까지의 생활환경부터 도시정책에 이르기까지 위기 이후 새로운 시대상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비대면 또는 비접촉이라는 말을 하는 자체가 어쩌면 소수 얼리어댑터만이 적응하고 있던 디지털세계를 모두가 공유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뉴노멀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 국가들이 노멀에서 뉴노멀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유효 적절하게 대응하는지 못하는지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도 영원히 변함없이 그 존재감을 유지하는 ‘진정한 노멀(Real Normal)’도 있다. 어떠한 나라라도 제조업이라는 산업은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제조업은 각국의 고용을 창출하고 가계에 소득을 제공하는 근원이 된다. 바로 이 제조업이라는 산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금속’이 제조산업에 식량으로 원활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가 피츠버그를 보면서 쇠퇴하였던 철강 도시의 부흥과정에만 주목하였지만, 사실 사양산업이라는 철강은 세계의 강대국인 미국조차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괜히 미국이 한국산이나 중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하고 반덤핑관세를 물리는 것이 아니다. 안보개념은 군사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량안보라는 말이 단지 구호처럼 들리나 실제 국제분쟁에서 어느 한 국가가 식량 자급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양국 간의 군사대립이 심각해져 식량 수출을 막는 순간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군인을 먹일 수 없어 시작도 전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이 치열한 지금의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이 주요 소재 부품의 수출을 제한하였을 때 대일 수입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것도 ‘뉴노멀’의 하나다. 우리가 분노하기 이전에 과연 우리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쌀인 철강금속, 반찬이 되어야 할 소재 부품을 얼마나 보호 육성해왔는지도 반성해야만 한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하물며 자국이 무기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을 아무 조건도 없이 무한대로 상대국이나 경쟁국에 수출하는 멍청한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 면에서 미래 사회가 아무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옮아가는 ‘뉴노멀’을 맞이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초적인 국가 경제의 제조산업에 필요한 ‘산업의 쌀’은 변함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포항철강공단내 모 업체 제품창고에서 작업자가 열연코일을 살펴보고 있다. /경북매일 DB
포항철강공단내 모 업체 제품창고에서 작업자가 열연코일을 살펴보고 있다. /경북매일 DB

최근에야 경량화, 탄소 배출억제 등 다양한 환경문제로 인해 탄소섬유, 알루미늄, 플라스틱, 강화유리 등과 같은 대체소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소재들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소재를 생산하기 위한 기계설비는 여전히 ‘철강금속’이라는 소재로 제작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강금속’이야말로 어떠한 ‘뉴노멀’이 세계를 뒤흔들더라도 변함이 없는 ‘진정한 노멀’이다. 물론, 단순히 철강, 금속이라는 말만 가지고 앞으로 세계 무역전쟁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철강금속이라는 소재 자체에서도 ‘뉴노멀’은 있다. 보다 내구성과 내식성, 고탄성, 고장력 등을 충족시키는 특수강, 합금강 등과 같은 특수금속은 이른바 ‘고급 쌀’로 항공우주, 의료공학 등 선진국의 첨단산업에서 높은 가격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특수금속이야말로 ‘진정한 노멀’인 철강금속 분야에서 ‘뉴노멀’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조기 경제회복을 위해 조선, 기계 등과 같은 7대 기간산업을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7대 기간산업에 포함된 기계, 조선, 자동차부품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후방에 자리하여 보이지 않는 철강금속산업에서 ‘산업의 쌀’을 적기에 적절하게 공급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문제는 지금 국내에서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농사꾼인 ‘철강금속산업’이 수년간 이어온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논밭을 놀리고 있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 ‘산업의 쌀’을 수입해도 된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나 강대국의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고려한다면 국가 경제의 안정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산업의 식량안보 즉 ‘소재 안보’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정부가 이번에 7대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 40조 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가 국내 산업기반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생명체고 산업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하나의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7대 기간산업에 선정된 조선, 기계, 자동차와 같은 기계장비 분야의 생태계는 철강금속 소재부터 조립가공을 거쳐 최종재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가 유기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여야만 살아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7대 기간산업이라는 분류나 항목에 굳이 ‘철강금속’을 끼워 넣을 필요까지는 없다. 이들 산업이 활성화되면 그 기반을 이루는 철강금속도 절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지원대책이 보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별도로 특정 산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각종 지원대책을 마련할 때 공급망과 산업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세부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면서 해당 산업의 ‘쌀’에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포항의 철강금속업계에서도 즉각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영원불멸의 ‘진정한 노멀’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한다면 그 속의 ‘뉴노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품질과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고급 쌀’을 국내 기간산업에 공급하고, 그것이 전방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때 만이 국내 기간산업의 ‘소재안보’를 위한 정부 대책도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