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인사들의 ‘개헌론’이 우후죽순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 중임제’에서 ‘책임총리제’, ‘자치 분권’, ‘토지공개념’ 등 휘발성 높은 개헌 화두들이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개헌’이 시대의 화두인 것은 맞다. 추진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서부터 그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개헌 쟁점은 깊고도 넓다. 총선 쾌승의 흥분 끝에 마구 외쳐지는 ‘개헌론’들이 정쟁과 국민갈등을 폭발시킬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와 같은 이야기들에 대해 경계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5선고지에 오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해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타임”이라며 부채질을 했다.

개헌론 띄우기엔 민주당 당선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해식 당선인은 ‘자치분권 개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고, 이용선 당선인은 한술 더 떠서 ‘토지공개념 개헌’이라는 급진론까지 꺼내 들어 지난 2월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되살려냈다. 당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부겸 의원은 “전당대회(8월 예정) 과정에서 분명히 공론화될 것”이라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야권에서는 즉각적으로 극심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 개헌론을 불쑥 꺼내는 건 집권 연장을 위한 의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연임제’가 아닌 ‘중임제’라는 용어를 쓰는 현상을 의식해 “영구집권 음모의 역사가 얼핏 떠오른다”면서 총선 압승에 고무된 오만방자한 심리가 발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개헌에 대한 논의 자체가 ‘금기 사항’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가늠조차 쉬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이 임박한 시점에 섣부른 ‘개헌론’으로 국민을 또 다른 패싸움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치지도자들의 자중자애가 절실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