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문 재

가시는 겁을 주어 자신을 지키지만

집게는 오히려 적을 안는다

가시는 공포의 침을 무기로 가졌지만

집게는 둔한 몸 뿐이다

무기를 가진 가시는 여유가 있어

고민도 긴장도 없이 살아간다

한순간만 소홀해도 무너지는 운명을

집게는 그러나 깨닫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잃었을 때

찬밥도 못 얻는 신세를 두려워하는

집게의 저 움츠린 자세

가시를 안을 날이 그래도 차 있는

그 다문 입

시인은 집게의 입과 가시의 침을 대비시키며 소중한 삶의 진리 하나를 역설하고 있음을 본다. 침을 가지고 겁을 주거나 공격하는 가시보다는 묵묵히 입 다물고 있는 집게의 인내력, 포용력, 여유로움이 가시를 굴복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며 묵묵한 다수의 내밀한 힘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생의 이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시인>